월간복지동향 2025 2025-10-01   21799

[동향1]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회복하는 노란봉투법

김혜진ㅣ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구성과 활동

2022년, 대우조선(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라는 문구를 내걸고 농성했다. 대우조선은 조선업 위기를 핑계로 하청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남아있는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40%나 삭감했다. 조선업이 위기에서 벗어난 후에도 빼앗아 간 임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숙련된 용접공의 임금이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정도였다. 하청노동자들은 대우조선에 상여금을 복원해달라면서 교섭을 요구했지만, 대우조선은 ‘사용자 책임이 없다’라면서 교섭을 거부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았고, 파업 이후 대우조선은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간부들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장비, 공간, 업무일정, 임금, 안전조치는 모두 원청이 결정한다. 그런데 원청은 교섭에 나올 의무가 없다고 버틴다. 그래 놓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정말 51일간의 파업 동안 470억 원의 손해를 입었는지 증명하기도 어렵거니와, 그 금액을 하청노동자들에게서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하청노동자들을 괴롭히고 무력화하기 위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것이다. 하청노동자의 노동권이 철저하게 침해되는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였다. 2022년 9월 14일, 128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노조법 2·3조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구성한 것이다.

운동본부는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민주당은 노조법 3조, 즉 손해배상 관련 조항은 개정 의지가 있었지만,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규정한 노조법 2조 개정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이에 거통고조선하청지회와 CJ택배노조 등 하청노동자들이 국회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고,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사회적 연대와 지지가 높아졌다. 1년 여의 투쟁 끝에 2023년 11월 9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운동본부 남재영 공동대표가 단식농성을 했으나 결국 거부권이 행사되었다. 2024년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다시 발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8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석열은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을 탄핵하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그런데 환경노동위원회의 논의가 진행되던 7월 21일, 이전보다 후퇴한 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시행 시기를 1년 유예하고, 교섭의 대상과 범위, 방식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시행령으로 법률 개정의 효과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건설노조를 비롯한 현장노동자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국회 본청 앞 농성도 이어지면서 개악을 막을 수 있었다. 그 결과 2024년에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안보다 조금 더 진전한 안이 8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9월 9일에 공포되었다. 노조법 개정안은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3월 초에 시행된다.

개정 노조법 2·3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 사용자 개념의 확대

노동조합은 ‘사용자’가 있어야 교섭을 할 수 있다. 그동안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만 사용자로 인정되었다. 그러다 보니 하청노동자들은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없었고, 특수고용이나 프리랜서처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노조도 교섭을 요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과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꾸준하게 ‘진짜 사장’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투쟁해 왔고, 법원에서는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라고 판결해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사용자’의 개념을 아래와 같이 확대했는데 이것은 그동안의 판결 내용을 법안에 담은 것이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 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이 개정으로 한화오션(이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는 원청이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와야 한다.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동료들은 원청인 발전소를 대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안전에 대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처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CJ대한통운이 직접 교섭에 나오도록 만들었다.

  •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겨있었다.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등은 ‘근로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조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하지만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고 투쟁하면서 정부의 인정과 무관하게 노동조합으로 활동을 하거나 법원 판결을 통해 합법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시기에 대다수가 노조설립신고필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다는 이유로 노조가 아니라고 간주하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수사하고 탄압했다. 노조활동을 ‘담합’으로 본 것이다. 이 지독한 탄압으로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를 빼앗겼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정당한 단체교섭도 노조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공갈·협박’으로 간주되었다. 그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제는 이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가입해있다는 이유로 노조가 아니라고 규정하면서 탄압하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

그동안 노조법은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하다가 결렬되어 파업할 때만 정당한 것으로 인정해 왔다. 그에 따라 정부는 정리해고에 반대한 쌍용자동차의 파업도,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철도노조의 파업도 모두 불법으로 규정했다. ‘노동쟁의’의 정의가 매우 협소하게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동쟁의’의 개념이 확대되었다.

제2조(정의) 5. “노동쟁의”라 함은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이하 “노동관계 당사자”라 한다)간에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및 제92조 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노조법이 위와 같이 개정되었기 때문에, 회사가 단체협약을 위반해서 노동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노동안전에 대한 조항을 지키기 않을 경우 노동쟁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정리해고나 기업의 인수·합병 등과 관련해서 노동자들이 교섭을 요청하고, 교섭을 지속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노동쟁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산업전환과 관세협상 등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할 권리를 갖는 것은 너무나 필요한 일이다.

  • 손해배상의 제한

노조법 3조는 손해배상과 관련한 조항이다. 노조법에는 합법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쟁의행위도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면 회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그밖의 노동조합 활동’을 넣어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노조활동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또한 무차별적인 손해배상을 제한하기 위해 다음의 내용을 신설하였다.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②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이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책임이 없다.

③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 손해 배상의무자인 근로자에 대하여 다음 각호에 따라 책임비율을정하여야 한다.

1.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2.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와 정도3.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의 정도4.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5. 손해의 원인과 성격6. 그 밖에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
④ 제3항에 따른 배상의무자인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있다. 이 때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 생계비 보장 및존립 유지 등을 고려하여 각 배상의무자들별로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

⑤ 『신원보증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

⑥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여서는아니된다.

제3조의2(책임의 면제)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인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제조업에는 파견이 인정되지 않는데 현대자동차가 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하는 등 불법파견을 해왔다는 것이다. 하청노조는 이 판결에 따라 원청에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원청인 현대자동차는 교섭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특별채용을 시도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이에 맞서 파업을 하자 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처럼 회사의 불법이 원인이 된 파업에 대해서 회사가 노동조합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일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470억 원의 손해배상,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투쟁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청구된 20억 원의 손해배상 모두 노동자들에게 받아낼 목적을 갖고 청구한 금액은 아니다. 회사는 오로지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연대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이렇게 노동조합의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청구되는 손해배상을 제한함으로써 손해배상 청구의 남용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개정된 노조법 3조에서는 손해배상을 인정할 때도 노동자들이 쟁의에 관여한 정도나 손해발생에 관여한 정도 등을 따져서 책임 비율을 정하도록 했고, 노동자들이 손해배상액에 대해 감면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파업을 마무리하고 노사 간 합의로 손해배상을 취하하려고 할 때, 이사회가 그것을 ‘배임’으로 간주하여 손해배상 취하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 노조법 개정에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서 노사 간 손해배상 취하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손해배상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제한을 둔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의 한계와 의미

헌법 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하여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노동권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그 노동권을 침해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가 ‘손해배상’이었다. 노조법은 파업의 요건과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하나라도 위법사항이 있으면 ‘불법’ 낙인을 찍어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2003년 두산중공업의 배달호 열사,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가 정리해고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당한 후 그에 항의하여 목숨을 끊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했다가 불법으로 내몰린 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고, 33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2003년 배달호 열사의 죽음 이후 노동조합을 무너뜨리고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손해배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22년 만에야 손해배상을 제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을 일부 제한하는 수준으로는 이 노조탄압의 수단을 무력화하기는 어렵다. ‘손해배상’이라는 나쁜 제도는 살아남아 있으며,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의 핵심 요구안이었던 ‘개인손해배상 금지’는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번 노조법 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노조법 3조의 개정은 한계가 있지만, 노조법 2조의 사용자개념 확대는 비정규직 노동권 보장에 있어서 큰 진전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확대되었다. 비정규직은 임금과 노동조건에서 차별받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노조할 권리’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었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용역, 하청, 파견, 도급 등 여러 이름의 간접고용으로 만들었고, 이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회피했다. 한편으로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노동자 개인과 위탁계약이나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용자책임을 회피했다. 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복잡해지고 다변화하면서 기업들은 사용자책임을 회피할 방법을 개발해 냈고 낡은 노동법의 틀은 그에 기여했다.

이제 노조법 2조가 개정됨으로써 계약의 형태와 상관없이 ‘진짜 사장’에게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출발일 뿐이다.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권의 바깥에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초단시간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비공식부문 노동자 등 정형화된 노동조건에서 일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더 많다. 그런데 노조법의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많은 권리가 필요한 노동자들이 오히려 권리로부터 배제되는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시작으로 ‘불안정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플랫폼,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자신에게 노조를 만들 권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알지 못한다. 개별화된 고용, 다수 사용자, 쪼개져 있는 노동시간,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노동자로서 정체성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운동본부는 ‘노조에 가입하거나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자는 노동자로 추정’하는 조항을 담아, 모든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그 조항은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노조할 권리’가 넓어진 만큼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거나 노조를 만들기를 바란다. 노조는 불안정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아나가는 첫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과제

경영계는 노조법이 개정되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노조법 2조 ‘사용자의 정의 확대’는 2010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 소송의 판결문에 근거한 것이며, 노조법 개정 이전에도 노동조건을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가 사용자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주류적 판결이었다. 오히려 입법이 사법을 따라가지 못했었다는 점에서 매우 늦은 개정이다. 경영계는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파업이 남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적극 교섭에 나서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면 파업이 남발될 이유가 없다. 교섭을 해태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하기 때문에 파업하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과 고공농성 등 극한 투쟁을 하게 된 것은 ‘진짜 사장’의 교섭 회피 때문이었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경영계가 이렇게 이데올로기 공세를 하는 이유가 있다. 6개월의 시행 준비 기간에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만들 때, 교섭의 범위와 대상을 좁히기 위함이다.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의 교섭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어서 법의 효과를 축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벌써 몇몇 법률기업들은 ‘사용자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에 대해 컨설팅한다며 광고를 한다. 기업들은 교섭을 해태하며 소송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노조법 2·3조가 통과된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섭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기업들이 이 교섭을 수용하지 않으면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법을 개정한 취지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섭이 현실화할 수 있게 기업들도 협조해야 한다.

불안정하고 차별받는 일자리는 희망을 잃게 만든다. 불안정노동자들은 일하다 더 많이 죽거나 다치고, 더 높은 노동강도로 일을 하지만 언제라도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힘들다. 노동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이들은 코인과 부동산투기에 매달린다. 불안정노동이 점차 확대되는 지금, 대다수 노동자가 희망없이 살아간다면서 이 사회는 얼마나 끔찍한 사회인가. 노동자들을 권리 바깥으로 내모는 제도를 개선하고, 전쟁과 기후위기, AI 개발 등 더 많은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불안정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만들고 자신의 노동조건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 이들과 충분히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조법 2·3조 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 단위 교섭을 강제하는 기존의 노조법은 사업장 개념조차 불확실한 불안정노동의 확산 과정에서 힘을 잃는다. 초기업 단위 교섭, 산별교섭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노조법의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불안정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노조법만이 아니라 근로기준법도 바뀌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초단시간 노동자들,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이 온전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최저임금과 사회보장, 그리고 안전할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은 법안을 몇 개 바꾸는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권리 바깥으로 내몬 사회에서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졌다면, 이제는 ‘노동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월간 <복지동향> 2025년 10월호(제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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