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10-01   22351

[기획5] ‘윤석열표 필수의료’의 늪에 빠진 보건정책

 정형준ㅣ원진녹색병원장

들어가며

이재명 정부는 전임 윤석열 정부의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으로 집권하였다. 윤석열은 2024년 12월 3일 친위쿠데타를 획책했고, 이는 주되게 시민 저항과 현장 군인들의 항명으로 저지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윤석열 쿠데타 세력의 물자와 인적 자원은 일소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직도 사법적으로 윤석열을 위시한 쿠데타 지도부에 대해서 심판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윤석열 일당이 추구했던 극단적 시장주의 정책과 시민적 권리를 말살하려는 시도도 남아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일순위는 집권여당의 대표나 국회의원들이 말하듯 ‘내란세력 척결’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 ‘내란세력 척결’의 의미는 기성정치 세력 내의 권력구조 교체나 일부 쿠데타세력의 척결만 의미하지 않는다. 윤석열과 쿠데타 세력은 위로부터의 극우정치를 추구했다. 현대 극우정치의 상징인 반좌파(반노동조합), 반이민(반이주민), 반페미니즘, 인종차별, 복음주의기독교 추종, 기후위기 부정, 선거부정 주장, 안티백신 등등이 이들이 추진한 정책이다. 즉 이런 정책적 잔재를 청산하는 것도 친위쿠데타세력 일소의 중요한 과제다. 여기에 사회복지 영역, 특히 보건의료문제와 관련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민영화정책의 일환인 민영보험 활성화, 대형병원 지원정책, 건강보험 긴축정책 등이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기조

이재명 정부는 공약에서 ‘7. 의료대란 해결 및 의료개혁’을 다뤘고, 국정과제에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를 전략으로 포함시켰다. 공약을 간단히 살펴보면 ‘지역·필수·공공의료를 살려내겠다’고 주장했고, ‘국고지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고, 보장성의 지속적인 확대로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겠습니다’라고 밝히며 건강보험 재원확대와 보장성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정과제도 세부과제를 보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전환’, ‘지역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로 지역·필수·공공의료 부분에 대한 언급을 지속하고 있다.

우선 경상의료비 지출을 적정선에서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경상의료비 증가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경상의료비 증가는 결국 국민들의 의료비부담 가중뿐 아니라, 지나친 의료서비스 시장 확대로 타 산업과 국민들의 가처분소득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이 경상의료비를 국민총생산의 16.6% 이상 지출하면서 의료불평등이 가속화되고 민영보험료로 인해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연구가 많다. 따라서 대다수 주 요선진국은 경상의료비 통제를 위해 사회보험이나 국영의료체계(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경상의료비 증가는 보편적 건강보험이 없어서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전환에는 건강보험 강화가 핵심이다. 한국에서 최근 20여 년간 가파른 의료비 상승을 촉발한 원인은 미충족 의료에 대한 수요증가, 고령화 등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장의료(비급여시장)의 확대 문제다. 비급여의 폭발적 증가로 일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국민들의 체감은 매우 낮았고, 그 빈틈을 민영보험이 채웠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4천만 명을 넘어서 민영보험 역시 보편적 수준이다. 다시 말해 건강 영역에 공적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이 있음에도 민영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이중구조(two tier system)의 단초가 마련되어 있다.

결국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전환은 건강보험 영역의 강화를 통해 민영보험 가입이 필요없고, 비급여진료를 선택하지 않도록 만드는 상황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은 경상의료비(총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자료를 보면 한국의 의무가입비중(건강보험 재원과 의료공공부조를 합한 재정)은 59.9%로 주요 선진국 85% 수준은 물론이고 OECD 평균인 77%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

한국의 건강보험 재원은 매우 취약하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편적 건강보장이 실패한 이유 중 재정문제는 빈약한 건강보험재정이 원인이다. 단순계산으로도 건강보험의 재정을 2024년 기준으로 30조 원 이상 확충해야 OECD 평균 수준의 의무비중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재명 정부는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2025년 8월 공개한 2026년 예산안에서 윤석열 정부 수준의 국고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공약사항 및 국정과제와 실제 정책실행의 모순이 이미 극명히 드러난 상황이다.

게다가 중요하게 밝히고 있는 지역·필수·공공의료에서도 우선순위 문제와 종속과제에 대한 판단이 부족하다. 앞서 밝혔듯이 이재명 정부는 공약 및 국정과제 모두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취임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주장된 바 있다. 문제는 지역·필수·공공이라는 3개의 개념은 서로 층위가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지역의료의 결핍은 수도권 쏠림으로 상징되는 한국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 때문이며, 이는 수익성 중심의 민간의료체계가 근본 원인이다. 그 배후에는 공공의료의 부재가 바탕에 있다. 필수의료 부분도 수익성이 없는 곳에 자원이 배분되지 않는 민간의료체계와 시장방임이 그 원인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서도 우선순위의 순서는 공공의료 강화를 통해 지역의료 격차가 해소되고 종국에 필수의료 부분의 결핍이 해소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지역의료, 필수의료, 공공의료는 비슷한 층위의 쟁점이 아니고,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필수적 의료서비스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게 올바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의료확충의 1과제는 공공병원, 공공클리닉 등의 대대적인 확충이고, 의료서비스비용 부분에서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확충이 중요하다. 그를 통해서 비급여시장의 축소, 민영보험시장의 축소, 시장중심 의료체계의 개편, 국민들의 실질적인 의료비용 절감을 이뤄 보편적 건강보장국가로 변신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과제의 기조는 타당성은 있으나, 구체성과 우선순위와 정책의 층위가 제대로 설계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전히 살아남은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프레임

지난 3년간 한국 의료체계의 가장 큰 이념적 변화는 윤석열표 ‘필수의료’의 등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보건의료의 주요 과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대체해, 일부 기술의학 영역을 선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개념으로 ‘필수의료’1라는 용어를 전면적으로 사용하였다. 이는 대체적 개념임과 동시에 선별적 의료지원을 정당화하는 개념으로 ‘필수의료 패키지’, ‘필수의료 전략’, ‘필수의료 기본계획’ 등 수많은 보건의료정책의 전면에 배치되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공공의료는 삭제되었으며, 건강보험은 재정축소의 대상이었고, 오로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정치적 언사로 ‘필수의료’만 배치했다. 결국 윤석열 ‘의료개혁’의 주요 요지는 ‘의료비보장 프레임’을 ‘필수의료 프레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윤석열표 ‘필수의료’는 처음부터 ‘건강보험’의 안티테제로 기획되었다. 이 점에서 2024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대생증원안 또한 건강보험과 공공의료를 배제한 병원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형적 ‘필수의료’ 방안으로 완전 파산했다.

윤석열표 ‘필수의료’ 개념의 문제는 다양한 보건의료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윤석열표 ‘필수의료’는 윤석열 정권 들어 응급, 중증, 소아, 분만을 뜻하는 것으로 협소하게 바뀌었는데, 이는 거꾸로 말하면, 경증 및 만성질환은 ‘비필수’가 되었음을 뜻한다. 예를 들면 심근경색은 윤석열식 개념에서는 ‘필수’ 질환이지만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는 질환은 ‘비필수’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심혈관계질환은 대부분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대사증후군 등)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비필수’를 관리하지 않으면 소위 ‘필수’ 부분도 붕괴하는 것이다. 또한 응급을 요하지 않는 골절, 부정맥, 우울증 등의 질환도 ‘비필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고도의료와 기술의학 중 일부는 그 혜택을 받았지만, 예방, 일차의료, 지역의료, 재활 등에는 공적인 의료보장의 확대나 강화는 전혀 없었다.

보건정책이나 학문영역에서 의료부분을 ‘필수’와 ‘비필수’를 구분하는 건 넌센스다. 윤석열식으로 ‘필수의료’를 개념화하는 나라는 없다. 오히려 이와 반대로 제대로 된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와 보편적 의료접근(universal health coverage)을 ‘필수의료(essential medicine)’로 정의하는 것이 세계기구(WHO 등)의 정의에서 볼 때 합리적이고 학문적인 접근법이다.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 프레임은 결국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2로 귀결되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가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사실상 최초의 정권이다. 그 배경에도 정부가 협소하게 사용하면서 고착화시킨 ‘필수의료’ 프레임이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 그 의도와 효과는 경증 및 만성질환을 ‘비필수’ 의료로 분류하여 국가책임 회피를 정당화하였다. 단적으로 2024년 응급실 경증질환 본인부담률을 인상하고, 연간 과다 외래이용 환자들에게도 본인부담금을 인상한 정책들에서 보듯 윤석열의 ‘필수의료’ 프레임은 경증 및 만성질환의 보장성 축소를 정당화했다. 그 부분은 결국 민간보험 영역이나 원격의료 등의 확대로 귀결되었다.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을 이용하거나 국가의료체계(NHS)로 보건의료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통상적으로 ‘공보험(NHS 영역)=필수의료’, ‘민영보험=비필수 의료’로 인식하는 것과 비교해 공보험을 축소하는데 ‘필수의료’가 활용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따라서 ‘윤석열표 필수의료’의 건강보험 영역을 고려하지 않은 ‘필수의료’ 정의는 애초부터 건강보험 영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를 훼손하였고, 이는 이재명 정부에서 건강보험 정책을 설계하면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담론이다.

이재명 정부 ‘필수의료’ 계승의 문제

이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표 ‘필수의료’ 프레임, 건강보험 긴축, 공공의료 방기 등을 극복해야 할 역사적·사회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프레임에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째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목표보장성 제시)이 없다. 현재 구체적으로 제시된 정책은 간병비 급여화와 일부 항목별 보장성 강화안 정도다. 물론 이는 환영할 만한 정책이지만 근본적인 보편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없다는 점은 문제다.

무엇보다 목표보장률이 없으면 총의료비에서 어느 정도까지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고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지불제도 등의 개혁을 이룰지 전혀 계획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제시한 단순한 건강보험, 공공의료, 지역의료, 필수의료 등으로 나열한 정책이 어떤 수준까지 도달할 로드맵인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를 통해 현재의 65% 전후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얼마나 끌어올려 국민들의 체감의료비 감소를 이끌지 밝히지 못했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이 주도한 ‘필수의료법’도 비슷한 문제점을 답습하고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필수의료강화 및 지역의료격차해소를 위한 특별법안’에 따르면, ‘필수의료’는 응급, 중증, 외상, 감염, 분만, 소아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 분야를 의미한다. 이 법안은 ‘필수의료’를 결국 고도의료 분야(‘응급, 중증, 외상, 감염, 분만’ 등은 상당 부분이 상급종합병원급에서 구현가능함)로 한정하고 있어, 지역의료, 특히 일차 지역의료의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여기다 이 법안은 ‘필수의료’기관을 상정해 공공의료를 대체할 우려가 크다. 공공의료가 모든 의료공급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나, 현재 기관 수 5%, 병상 수 10%에 지나지 않는 공공의료의 상황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지역의료나 필수적 의료서비스 결핍은 해결될 수 없다. 법안이 규정하는 ‘필수의료거점 의료기관’ 지정 조항은 의료취약지에서 수익성 문제로 방치된 민간병원의 역할을 공공병원이 전환받는 것이 아니라 민간병원 지원금(기금지원) 등으로 차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 예산으로 민간병원을 지원하는 것보다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문제와 충돌될 수밖에 없다. 즉, 의료취약지 공공병원설립과 관련된 법률과 규정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민간의료기관 지원책으로 전락할 수 있는데, 공공의료에 대한 지원과 확충계획보다 ‘필수의료법’이 우선되는 건 문제다. 만약 이런 정책순서가 민간의료기관과 의료공급자 눈치보기라면 더 문제다. 의료공급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면 핵심적인 개혁과제는 방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수의료법’은 재정 이용의 불투명성도 내포하고 있다. 법안의 핵심인 ‘필수, 지역의료강화기금’의 경우도 공공의료에 투입될지 불분명하여 장기적으로 민간의료기관의 적자를 보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된다. 정부가 현재 도입해야 할 재정은 공공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지역공공의료강화기금’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에 비춰볼 때 ‘공공, 지역의료강화기금’으로 명칭을 바꾸고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건강보험에 대한 목표 보장성이 없는 문제, 구체적인 건강보장로드맵을 제안하지 않은 문제,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필수의료법’의 문제는 결국 종합적으로 볼 때 이재명 정부의 지역·필수·공공의료 프레임에서 ‘필수의료’ 부분이 과잉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보건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윤석열표 필수의료’ 프레임 대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건강보험 강화’와 같은 사회보험을 중심에 놓고 보편적 건강보장의 가치 하에 공공의료, 지역의료, 필수적 의료서비스 강화라는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보건의료 부분에서 윤석열 일당의 청산은 건강보험 강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를 위해 현재 논의 중인 ‘필수의료법’도 ‘지역의료법’이나 ‘지역, 공공의료법’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내용을 전면 개정해야 하며, ‘필수의료’의 정의는 법률에서는 ‘건강보험 진료’로 정의해야 한다. 만약 현재 정부·여당 주도의 ‘필수의료법’이 제정된다면 이재명 정부는 전세계 유례없는 편협한 ‘필수의료’ 정의를 법률에 기록한 최초의 정부가 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축소는 이재명 정부의 보건정책 역행을 우려케 한다.

한국이 예상수입의 일반회계 14%를 지원하도록 법률에 규정한 것처럼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대만(36%), 일본(39%), 프랑스(55%)와 같은 다른 나라들도 건강보험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국고에서 건강보험 재원을 지원하고 있다(<표 1> 참조).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실망스럽게도 법정지원 비율이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미달했다. 2025년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도 법에 명시된 일반회계 부분의 지원규모인 14%에 미달하는 12.1%로 편성되었다.3 이로 인해 누락되는 지원금은 일반회계 약 1조 8천억 원, 건강증진기금 지원액 약 2조 7천억 원4이다.

문제는 8월 말 발표된 예산안에서 공개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누락은 대통령선거 공약과 국정계획의 약속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란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선거공약집은 물론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리한 국정과제에서 건강보험의 국고지원을 확대할 것까지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안정적인 국고지원 확보’,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언급은 거짓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예산안을 보면 건강보험재정의 건실함을 근거로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건강보험재정이 흑자라서 국고지원을 늘리지 않는다는 것은 궤변이다. 2023년 OECD Health Data를 보면, OECD 평균은 모든 서비스에 대해서는 76%이나 한국은 62%로 브라질, 그리스 다음으로 낮은 보장률을 보인다. 입원치료에 대해서는 더 심각한 격차와 낮은 보장률을 드러내고 있다. 입원의 경우 한국은 68% 정도이나 OECD 평균은 90%다. 가까운 일본 92%이고, 대만은 OECD 국가가 아니지만 95%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즉 한국의 건강보험재정이 흑자인 이유는 낮은 보장성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근본적인 책무인 건강보장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현재도 수십조 원(최소 약 30조 원)의 적자상태라는 점을 볼 때 건강보험을 반쪽짜리로 만들어놓고 흑자를 근거로 국고지원을 누락하는 것은 국민기만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약속한 간병비 건강보험 지원과 일부 보장성 강화안을 위해서도 국고지원은 시급하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선거 공약집은 물론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리한 국정과제에서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비용효과성이 입증된 비급여는 건강보험 적용확대’, ‘과잉우려가 큰 비급여는 급여전환’ 등으로 보장성 강화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 충분한 국고지원이 없다면 이런 약속도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국고지원은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율을 7.19%로 전년 대비 1.48% 인상했다. 인상 근거로는 ‘건강보험 재정은 안정적인 상황이나, 그간 보험료율 동결과 경제 저성장 기조로 인해’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는 국고지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했다. 보험료율 인상논리인 ‘갑자기 많이 올릴 수 없다’라는 명제는 국고지원에도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어느 날 갑자기 수조 원을 지원하지 못한다면 점진적으로 국고지원액을 상향해야 한다. 점진적인 국고지원액 상향이 없다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물론 재정적자도 막아낼 수 없다. 점진적으로 올려야 하는 것은 상한선이 정해진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율이 아니라 국고지원 비중의 지속적인 증가여야 한다. 수조 원이 향후 적자가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도 국고지원을 상향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재정관료 일반이 건강보험과 의료서비스를 긴축하려는 발상 때문이다.

끝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보험료 수입보다 정의롭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는 직장가입자(전체의 87%에 육박)의 경우처럼 소득에 정률로 부가되며 하한선과 상한선이 있어 실제로는 역진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국고지원은 일반회계의 수입구조와 마찬가지로 누진이 있는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등으로 구성되어 능력에 따라 부과한다는 사회보험의 원칙에 더 부합된다. 소득이 높고, 돈을 번 기업이 건강보험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다. 그 때문에 인구 고령화와 실업의 증가 등에 맞춰 일본, 대만, 프랑스 등이 국고지원을 계속 늘려왔던 것이다. 보험료 수입이나 국고지원이 마찬가지라는 주장은 사회보험 재정수입 구조를 망각한 주장인데, 만약 이런 바보 같은 주장 때문에 공약사항과 국정과제를 망각한 거라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벌인 건강보험의 진정한 낭비를 바꾸려는 노력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의대생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집단사직으로 발생한 진료공백을 이유로 24년 3월 이후 매월 1,882억 원(6월 이후 1,883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의 비상진료 지원을 결정하고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건강보험 재정을 임의적으로 사용했다. 2024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총 1조 5천억 원 이상의 건보 재정 지출을 책정하여 집행 중이며,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건보 재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5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혁 시범사업’, ‘포괄2차 의료기관 지원사업’ 등 병원의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금을 연 3.3조 원, 0.9조 원으로 책정해 건강보험 재정에 전가했다. 정부정책의 성공과 실패여부를 떠나 보건의료공급과 관련된 정책, 특히 병원 구조조정 비용은 전적으로 정부예산으로 집행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재원도 아니고 특수목적사업금도 아닌 연간 약 5조 원가량을 건강보험 재원으로 떠넘긴 건 명백한 월권이며 건강보험에 대한 배임행위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에서는 이를 즉각 일반회계 사업으로 재편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정부정책의 화수분이 아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시작한 건강보험 재정을 동원한 구조개혁 방안은 보편적 건강보장제도 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행위별수가제에 기반하고 있는데, 행위별수가제에서 그나마 중요한 기능을 해야하는 부분은 각각의 행위사이의 가치 공평성이다. 즉 특정 행위나 검사, 약제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지 않고 투입된 자원에 걸맞는 보상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균형을 깨뜨리면 단순히 그 행위나 약제의 초과이익의 문제뿐 아니라 의료공급전반의 문제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 때문에 행위별수가제는 ‘상대가치제도’하에서 각각의 의료행위, 검사, 진단, 약제의 상호 가치를 유지하면서 이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동원한 구조개혁방안은 대형병원의 고도의료와 의료구조조정에 막대한 인센티브를 동원하고, 이를 대부분 가산수가의 형태로 집행하면서 그 왜곡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일차의료나 지역의료가 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대형병원 쏠림을 부추기게 되고, 특정 진단명에 대한 쏠림을 조장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인력이 수도권으로 대형병원으로 결국은 ‘빅5’ 대형병원으로 쏠리게 만들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건강보험의 보편적 건강보장제도를 확대해 어디에서든 균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토록 해 수가에 대한 가산제도가 아니라 연간 계약방식의 예산제나 인력과 장비에 대한 적자보존책을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특정부문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보편적 의료공급 측면에서 결핍을 메꾸는 의료공급을 설계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즉 윤석열표 가짜 의료개혁을 종식시켜야 가능한 일이다.

‘행위별수가제’와 ‘수가가산’ 방식은 결국 올바른 해결책도 될 수 없고, 정부가 정부예산으로 집행해야 할 보건의료정책을 건강보험에 전가하고,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늘려 막상 중요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의 정책은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중의 악순환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건강보험 재원은 의료서비스와 상병수당 등의 현금서비스에만 국한된 보편적 서비스체계로 운영되고 여타 불균등한 의료공급과 의료결핍은 정부정책으로 정부예산을 집행해 정부가 책임있게 관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원격의료(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진찰료 및 조제료 30% 가산은 가장 기막힌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후 법제화되지 않은 원격의료(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고자 시범사업으로 이를 유지했다. 이미 문재인 정부시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감염병사태를 빌미로 원격의료 중계업자들이 우후죽순 진입했고, 초기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진찰료에 대한 30% 가산이라는 기형적 구조가 도입된 바 있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한시적 상황에서도 불합리했던 가산제도를 윤석열 정부는 의사협회와 약사회의 불만을 잠재우고 원격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제료까지 원격의료에 한해서 30% 가산했다(2023.6). 이는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인데, 원격의료 진찰료가 더 비싼 기이한 결과를 초래했음은 물론 건강보험재정의 진정한 낭비였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원격의료의 경우는 노동 투입량 등을 고려해 진찰료 및 조제료를 30% 삭감하는게 타당하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원격의료에 대해서 이런 문제를 정리하고 있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비대면진료 확대’를 언급하며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중요한 공적중계서비스의 도입이나 현재 우후죽순 경쟁하고 있는 민간중계업에 대한 규제를 국정과제나 공약에 반영하지 않았다. 특히 현재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을 보면 약품의 택배배송과 같은 영리적 서비스의 전면화를 촉발할 안건들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실 앞서 본대로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는 30% 가산부터 당장 철회한 상황에서 기존의 비대면진료(원격의료) 시범사업의 결과를 평가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마땅하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방향은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파괴행위의 중단부터 시작되어야 했으나, 이에 대한 정책방향은 없는 듯하다.

소결

이재명 정부는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 전환’을 천명하며 경상의료비를 OECD 평균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은 물론 유럽 국가처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되어 의료비를 공적으로 통제가능한 제도도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강보험에 대한 목표보장성이 제시되지 않았고,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은 윤석열 정부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윤석열표 필수의료’ 개념에서 벗어나 건강보험 중심의 보장계획과 보건의료계획을 수립·집행해야 함에도 여전히 ‘필수의료법’ 등을 통한 공공의료를 배제하고 지역의료를 방치하면서 의료고도화에 골몰하는 ‘필수의료’ 개념을 계승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의 핵심인 건강보험정책이 과거 문재인 정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의료보상체계 합리적 개편’ 등이나 ‘필수의료법’ 등을 보면 여전히 행위별수가제 하 가산수가나 정책수가, 성과보상제도 등의 한계를 답습하고 있다. 이미 수십년간 실패한 제도를 기반으로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지불제도 개편이나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지원이 없다면 단순한 인센티브로는 결코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대선공약과 국정운영방안에서 ‘공공의료체계 강화’나 ‘지역의사제 신설’, ‘공공의료 사관학교’ 등을 예정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지역·계층 간 의료격차완화 및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료의 적시 제공”을 하겠다는 기대효과도 긍정할 일이다. 다만 이런 공공의료체계 강화 전략에 걸맞는 건강보험정책과 재정안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이런 환영받을 정책들을 우선 집행할 수 있는 세부안이 요구되는데, 집권 초 4개월간의 과정은 공공의료는 수사로 남고, 민간의료 부분은 실리를 찾는 부분으로 확인된다. 조속한 정책의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하다. 공공의료는 종속변수가 아니고 상수다. 한국 의료의 모든 문제는 건강보험으로 대표되는 공보험과 공공병원으로 대표되는 공공의료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발생했다. 그래서 그간의 공적의료지원책이 그 효능감은 물론 지금은 역공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의료 부분으로 주장되고 있는 ‘일차의료’ 강화 공약과 정책방향도 환영할 일이나 실제 작동될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는 곳 중심의 일차의료체계 구축’ 을 위해서 사업모델이나 방문진료시범사업의 확대 정도로는 향후 고령화에 대비할 수 없다. 더 근본적인 지역사회 일차의료를 위한 공공의원, 보건지소의 대규모 확대와 환자등록제, 주치의제도의 전면시행, 인두제 기반의 지불제도 개편 등이 요구된다. 단순히 민간의료기관의 선의에 기대어 성과보상이나 단순 인센티브로 주치의제도나 방문진료를 확대하려 한다면 이는 작동할 수 없다. 앞서 살펴본 윤석열 정부의 고도의료강화정책으로 이미 의료인력의 쏠림이 가중되어 있다. 일차의료에 의사와 간호사를 더 보내려면 소위 윤석열표 ‘필수의료’ 정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는게 선결조건이다. 대형병원 중심체계를 방치하고 ‘일차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주장은 실제로는 작동될 수 없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료비 부담완화’, ‘비급여 부담완화’, ‘보장성 강화’, ‘지역기반 건강증진 강화’ 등을 주장하지만 그 실행방안은 미흡하고 모순에 차 있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정책의 부재와 공공의료정책의 결핍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필요한 것은 건강보험 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해 보장성을 OECD 평균수준으로 상향시키기 위한 즉각적 노력에 나서야 하고, 재정적으로는 일반회계 및 건강증진기금지원액의 총합인 예상수입의 20%를 일반회계에서 매년 정산해 즉각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집권시기 동안 법률적으로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조항 삭제 및 20%에서 30%로 순차적으로 국고지원액을 상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가까운 대만의 경우 보험료 예상수입의 36%이상으로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끝으로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임의 사용 규제 및 건강보험 거버넌스 민주성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의료서비스 및 상병수당 등의 현금수당에만 한정해 사용하며 병원구조조정이나 보건의료정책수가로 전용되어선 안 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보건의료산업과 정부의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건강보험 가입자 거버넌스체계로 재구성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내용이 구체적 정책방향으로 제시되어야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에 주장한 내용이 공수표가 아니고 실제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윤석열표 ‘필수의료’ 프레임의 모순에서 벗어나 공공의료와 건강보험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담론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이미 오염된 토양 위에서 새싹을 틔울 순 없다.

| 미주 |

  1. ‘필수의료’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계획(2018년 10월 1일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서 민간의료기관에도 책임진료기관 지정 등을 수행하기 위한 논리로 사용함)에 최초로 의미있는 개념으로 등장했고, 윤석열 정부는 이를 공공의료를 지우기 위해 사용함. ↩︎
  2. 2023년 건강보험보장률이 65.7%에서 64.9%로 0.8% 떨어졌음(2025.1.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
  3. 이와 함께 국민건강증진기금도 예상 수입의 6%보다 낮은 2.3%만 지원하고 있음. ↩︎
  4. 건강증진기금지원액은 담배부담금 수입의 65%가 상한이므로 실제 6%를 지원하겠다는 법률은 종잇조각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음. 사문화된 건강증진기금의 지원액의 누락분을 일반회계로 전환해 충원하도록 하는 법률도 조속히 필요함. ↩︎
  5. 의료대란으로 인한 연간 지원액 : 연간 4.5조 원
    1) 응급진료체계 유지 지원, 경증환자 회송지원, 중증·응급 입원진료지원, 일반 입원진료 지원 등 
    – 2024년 1조 3,490억 원 지원, 단 동일 항목 중복지원 제외할 경우 월 985억 원가량 지원, 즉 연간 1조 1,820억 원(건정심 제 2024-23-04호, 2024.11.28)
    2)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 연간 3.3조 원(기능강화 보상(중환자실, 입원료 등 수가가산, 중증 수술가산, 응급진료 및 수술가산, 24시간 진료지원, 전문의 진료 정책수가가산, 전문 의뢰,회송 수가신설-연 2.3조 원) 및 성과평가 보상(적합질환 비중, 진료협력 기반 구축 및 추진성과, 병상 구조전환 실적-연 1조 원))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10월호(제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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