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환ㅣ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 교수
전체적인 평가
보건복지부는 2025년 8월 29일 「복지 돌봄 안전망은 두텁게 보장하고, 지역 필수 공공의료는 촘촘하게 구축한다」라는 제목으로 2026년도 예산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예산안은 이전 정부와 달리 ‘투자’라는 표현을 제목에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주요 재정 투입 분야를 ‘핵심투자영역’으로 규정하며, ▲지역 필수 공공의료 확충, ▲의료인력 양성과 정신건강 투자 확대, ▲인공지능(AI) 기반 복지 의료 및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중심축으로 제시하였다. 즉,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보건의료산업 육성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하나의 틀 속에 동시에 담아낸 것이다.
그러나 예산 총액을 보면 보건 부문은 18조 9,8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 증가율(9.7%)이나 사회복지 부문 증가율(10.7%)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회복지 예산 확대가 주로 공적연금의 자연증가에 기인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보건 부문의 확대 규모가 전체 추세에서 뒤처진 것은 분명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보건의료 부문은 4조 6,707억 원으로 11.8% 증액되며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건강보험 부문은 1.3% 증가에 그쳐 전체 보건 예산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보건 예산 전체가 3.7% 증가하는 데 머문 반면, 보건의료 분야 내에서도 연구개발(R&D) 예산은 무려 32.8% 증액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2026년 예산안이 ‘복지·공공’보다는 ‘산업·기술’ 중심으로 성격이 기울어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부사업 평가
1) 공공의료
지역거점병원 – 지역거점병원 공공성강화 세부사업
2026년 지역거점병원 공공성강화(혁신지원) 예산은 3,288억 원으로, 전년도 764억 원 대비 2,525억 원 증가하여 약 330.6%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지역거점병원 혁신지원 세부사업이 통합된 금액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증액 폭은 3,133억 원에서 3,289억 원으로 155억 원(5.0%) 증가한 수준에 그친다. 겉으로는 대폭 증액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지원을 유지하는 성격이 강하다.
세부 내역을 보면 지방의료원 관련 증액은 시설·장비 현대화(+31억 원), BTL 지원(+21억 원), 대전의료원 설립 지원(+5억 원)을 합쳐도 약 58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국립대병원과 권역책임의료기관 몫은 시설·장비 지원(+2억 원), 협력체계 운영비(+6억 원)에 더해 AI 기반 진료시스템 구축비 142억 원이 새로 편성되면서 총 150억 원가량 증가하였다. 결국 예산의 무게중심은 대형병원에 맞춰져 있으며, 지방의료원으로의 재정 확대는 극히 제한적이다. 작년 예산분석에서 지적했듯이 현재 한국의 지방의료의 핵심 문제가 권역 대형병원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공공의료 재정투자가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왜곡된 결과가 예산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의 기술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지역의료의 문제는 AI 도입 속도가 느려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인력 확충임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지원 예산은 거의 늘지 않은 채 AI 시스템에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지역거점공공병원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 지원 예산은 75억 원으로, AI 기반 진료시스템 구축비를 인건비 지원으로 돌렸다면 현행 75명 규모에서 200명 수준으로 인력 지원규모를 대폭 늘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자원이 대형병원의 AI 구독료 지원으로 전환된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 설정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준다.
취약지 등 전문의료인력 양성 및 지원
2026년 취약지 등 전문의료인력 양성 및 지원 예산은 150억 원으로, 전년도 42억 원 대비 107억 원(252.5%) 증가했다. 다만 이 가운데 일부는 지역필수의사제 예산이 이관된 데 따른 것이며, 이를 제외하면 실제 증액 폭은 56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94억 원 증가, 약 167% 수준이다.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니어의사제도 등 사업의 예산이 증액되면서 외형상 큰 폭의 확대가 이루어졌으나, 현 단계에서 제도적 기반이 불안정해 실제 집행 가능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증액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대형병원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지원(약 970억 원), 의사과학자 양성(약 1,200억 원) 등과 비교하면 인력정책 예산으로서의 비중은 매우 미미한 탓에, 공공의료 인력 양성과 배치를 위한 근본적 투자라기보다 상징적 성격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2026년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예산은 52억 원으로, 전년도 28억 원에서 24억 원 늘어나며 87.4% 증가했다. 취약한 지위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재정 지원이 강화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환자에게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국제수가’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국제수가가 건강보험 수가의 100% 또는 200% 등으로 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번 예산 편성에서 최근 주요 의료서비스 수가 인상분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따라서 예산 규모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예산부족 문제가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 건강보험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반회계, 국민건강증진기금)
2026년 건강보험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금은 전년도 10조 6,211억 원에서 10조 7,820억 원으로 1.5% 증가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애초에 요청한 지원 규모는 예상 보험료 수입액 대비 12.0%에 불과하여, 법정 기준인 14%를 여전히 충족하지 못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법정 지원 기준이 예상 보험료 수입의 6%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요구 규모는 2.2%에 그쳤다. 물론 담배부담금 수입의 상한이 정해져 있다는 점은 감안할 수 있으나, 2025년 대비 2026년 담배부담금 수입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보수적인 전망을 전제로 지원 규모를 줄였다. 더욱이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검진, 65세 이상 노인 보험급여, 흡연 관련 질병 급여 등 법정 사용처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지표나 집행 현황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 건강증진기금이 법적 취지에 맞게 건강보험 지원에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규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법정 지원 비율은 형식적으로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제22대 국회는 관련 입법을 조속히 정비하여 국고지원 규모를 법정 기준에 맞게 확보하고, 그 집행과 관리 또한 강화해야 할 것이다.
차상위계층 지원
2026년 차상위계층 지원 예산은 5,082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291억 원 늘었지만, 이 가운데 국고 미지급금 정산액 313억 원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는 22억 원이 감액된 구조다
세부적으로 본인부담차액 지원은 4,3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억 원 줄었고, 그 안에서도 18세 미만 지원은 298억 원에서 203억 원으로 95억 원 감소하였다. 아동 인구 감소로 인한 축소는 일정 부분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그렇다면 희귀·난치·중증이나 만성질환자 지원이 비례해 확대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희귀·난치·중증 지원이 1,218억 원에서 1,237억 원으로 19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만성질환자 지원은 오히려 2,970억 원에서 2,954억 원으로 16억 원 줄었다. 결국 손쉬운 항목만 삭감해 전체 지원 규모를 줄여버린 셈이다. 보험료 지원은 305억 원에서 374억 원으로 69억 원 증가했으나, 이는 의료비 발생 시 직접 부담을 경감하는 방식과는 성격이 달라 실제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효과는 오히려 약화되었다고 평가된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2026년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은 105억 원 규모로 편성되어 전년도 146억 원 대비 418억 원, 약 28.5%가 줄어들었다. 사업에서 보호하는 대상은 확대되고, 재난적 의료비 발생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근거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2024년에서 2025년, 다시 2026년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삭감은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와 마찬가지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된 과징금 수입에 대한 전망을 적용해 의료보장의 안전망을 약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2022년부터 추진된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예산은 2023년 2,043억 원에서 2024년 1,461억 원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361억 원까지 급감하였다. 2026년 예산안에는 499억 원이 책정되어 2025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2022~2023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부족한 상태다. 정부의 입장은 “실제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었으나, 이는 제도 자체의 설계 결함에서 비롯된 결과다. 신청 자격을 제한하고, 보장 수준도 통상 임금을 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게 설정된 구조에서는 제도적 필요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 결국 지원 대상을 좁게 설정해 놓고 집행이 적었다는 이유로 예산을 줄이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한국은 아직도 상병수당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몇 안 되는 고소득국가이며, 코로나19를 거치며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은 사회적으로 분명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 예산이 계속해서 축소된 것은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자, 참여 저조를 구실 삼아 제도화를 지연시키려는 태도로 읽힌다. 정부는 축소된 예산 편성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시범사업을 전면 재설계하고 상병수당을 조속히 확대·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3) 보건산업
2026년 보건산업 관련 예산은 18조 9,868억 원으로 전년보다 4,942억 원 늘어나며(3.7%)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확대가 의료서비스 전반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산업육성형 연구개발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지원은 678억 원에서 2,414억 원으로 3.5배 늘었고,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도 631억 원에서 1,108억 원으로 476억 원이 증액되었다.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768억→1,013억 원), 연구중심병원 육성(818억→947억 원),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339억→521억 원) 역시 대폭 증액되었다.
세부 사업별로 보면,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지원은 공급망 안정화, 글로벌 GMP 인증, K-백신 펀드(2,000억 원), 임상3상 특화펀드(6,000억 원)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실상 민간기업이 부담해야 할 투자위험을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구조다. 한국형 ARPA-H는 미국 모델을 모방한 임무중심형 R&D로 30개 프로젝트에 1,000억 원을 배정했지만, 이런 방식의 연구개발 투자가 기대하는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은 일부 박사후 연구자와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에 투입되지만, 실제 국내 연구현장의 기반 확충보다는 해외 네트워크 강화에 치중해 있다. 연구중심병원 R&D 역시 계속과제 중심으로 대형병원 위주의 지원 구조를 강화하는 데 그치며, 지역병원 역량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으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은 521억 원으로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참여자 모집·유전체 분석 중심의 기술 인프라 구축에 집중되어 있으며, 데이터가 어떻게 국민 건강관리로 환류될지에 대한 설계가 부족함에도 큰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반면 지역의료나 공공병원 강화 같은 직접적 보건의료 인프라 예산은 여전히 미미하다. 2026년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은 3,288억 원으로 잡혔지만, 기존 혁신지원 사업을 단순 통합한 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증액은 155억 원에 불과하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1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억 원 줄었고, 차상위계층 의료비 지원도 국고 미지급 정산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감액되었다. 즉, 공공의료 안전망은 축소되거나 제자리걸음인 반면, 바이오·디지털헬스 R&D에는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이 새로 투입되고 있다.
결국 보건산업 예산은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나 공공의료 강화 같은 과제보다는 산업정책, 더 구체적으로는 대형병원과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으로 기능하고 있다. 미국식 ARPA-H 모델, 글로벌 협력사업, 대형 펀드가 국민건강을 위한 미래 투자로 포장되어 큰 예산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산업 예산의 확대 기조는 국민 건강을 위한 보건의료를 상업적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결론
결론적으로 2026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준다. 정부는 발표에서 “지역 필수 공공의료 확충”을 강조했으나, 실제로는 공공의료와 건강보험 예산이 제한적으로 확대되거나 실질적으로 감액된 반면, 바이오헬스·디지털헬스 R&D는 32.8%라는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여전히 법정 기준에 미달하여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가 뒷전으로 밀렸으며, 지역의료 위기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재정투자도 찾아보기 어렵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역거점병원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증액은 제한적이었고, 인력 확충보다는 대형병원의 AI 시스템 구축에 자원이 우선 배분되었다. 취약지 전문의료인력 지원, 외국인 근로자 의료지원 등은 확대되었으나 구조적 기반이 부실하거나 집행 가능성에 의문이 따른다. 한편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축소와 재편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산업 육성 관련 예산은 대폭 증액되었다.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한국형 ARPA-H,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 연구중심병원,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이 대규모로 증액되었다. 그러나 이는 공공의료 기반을 강화하거나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라기보다는, 민간기업의 위험을 정부 재정으로 떠안고 대형병원·산업 중심의 구조를 고착화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번 예산안은 새 정부가 표방한 ‘공공성 강화’와 달리, 보건의료정책의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잘못 설정되었음을 보여준다. 공공의료 체계 확립이나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가 아닌 ‘성장 논리’에 종속된 예산 편성이 이루어진 것이다.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산업화와 기술개발이 강조되면서, 정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 접근성 개선과 공공의료 강화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보건의료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번 예산안은 대통령이 반복 강조하는 성장 담론이 어떻게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잠식해 나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11월호(제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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