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ㅣ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서론
2025년 5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를 제시하면서, 그 주요 내용 중 하나로 “모든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 제정을 말하였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인 김영훈 장관은 2025년 12월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시 “AI 발전에 따라 노동자와 똑같이 일을 하면서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는 못하는 144만 특고·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노동 존중 입법 패키지를 추진”할 것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여기에는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등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권리행사 과정에서 갈등 발생 시 국가가 조정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정부 발의안이 담긴 김태선 의원 안 이외 장철민 의원, 김주영 의원, 이용우 의원 및 박홍배 의원 등이 발의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계류 중이다.1 이 글은 다수 의원들이 발의하였고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배경과 내용을 살펴보면서 이 법이 갖는 의미, 그리고 이 법이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에 대하여 말해보고자 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등장 배경
1990년대를 전후해 한국 경제는 성장 속도가 둔화되었고,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평생직장과 같은 안정적인 고용은 점차 약해졌고, 대신 필요할 때만 인력을 사용하는 유연한 고용 방식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특수고용 노동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비전형적 노동이 빠르게 늘어나게 되었다. 이 시기 노동시장의 특징은 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구분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비전형적 고용 형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논의와 입법 시도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크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이나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 제도에서 일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보호 대상을 넓히는 시도는 있었지만, 노동법 전반에서 이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체계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정책 TF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는 계약의 형식이나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자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비전형 노동자를 하나의 틀에서 보호할 수 있는 ‘일반법’을 만들자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논의 과정에서는 기존의 특수고용 노동자뿐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일하는 초단기 노동자, 특정 사용자에게 소속되지 않는 형태의 노동, 그리고 형식상 자영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종속된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유형이 확인되었다. 이는 기존의 ‘사용자와 근로자’라는 전통적인 구분만으로는 오늘날의 노동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개별 법률을 만드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한 가지 유형의 노동자만 보호하는 법은 다른 유형의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별도의 법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등장하면 기존 법을 피해 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모든 비전형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는 기본적인 법, 즉 ‘기본법’ 형태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 기본법은 현실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과 노동을 제공받는 사람 사이에 완전히 대등한 관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계약의 형식이 위임이든 도급이든 관계없이, 일정한 기준 아래에서 공정한 관계가 유지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법의 내용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과 당사자 간 합의에 맡길 수 있는 규정, 그리고 노력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규정 등을 함께 두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대신 형벌과 같은 강한 제재보다는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정하는 데에 중심을 둔다. 또한 이 법에서는 보호 대상이 되는 사람의 범위와, 이들과 상대방이 갖는 기본적인 권리와 책임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논의에서 출발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이후 여러 차례 국회에서 법안으로 발의되며,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계속 이어졌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의미
위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제안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단순히 새로운 보호대상을 추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 체계가 형성되어 온 역사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우리 법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고용형태나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 이 법의 핵심 취지이다.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의 근로의 권리,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일할 권리’를 선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헌법상의 원칙이 실제로 구현된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현실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사람들만이 이러한 권리의 실질적 보호를 받아왔다.「헌법」 제32조 제1항이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제3항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근로조건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우리 법체계는 이를 ‘근로자’에 대한 보호로 한정하여「근로기준법」을 중심으로 구현해 온 것이다.
그러나 노동은 계약의 형식이나 노무 제공 방식과 무관하게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지위에 관계없는 보호’라는 원칙이 필요하다. 노동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한 고용형태가 등장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기본 원칙 자체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근로자 추정 원칙 역시, 형식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잘못 분류된 사람들의 지위를 바로잡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만 이러한 논의는 어디까지나 출발점에 해당하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근로자 개념 자체에 의존하지 않는 보호체계가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다양한 고용형태에 따라 보호의 내용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헌법」 제32조가 보장하는 근로의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의 권리를 오직 ‘근로자’라는 범주 안에서만 이해해 온 기존의 해석 관행 역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개별 법률을 통해 부분적으로 대응하기보는, 그 상위에서 모든 일하는 사람을 전제로 한 기본 원칙과 권리의 목록, 그리고 국가의 책임을 다시 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제도인 만큼, 그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헌법」이 선언하는 보편적 권리와 실제 법제 사이에는 지속적인 간극이 발생해 왔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이러한 간극을 인식하고, 「근로기준법」의 한계를 보완하는 상위의 기준으로서 기능하려는 것이다. 즉,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인간다운 일할 권리라는 헌법적 원칙을 다시 확인하고, 이를 현실의 다양한 노동 형태 속에서 점진적으로 실현해 나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결국은 노동법제 일반이 헌법상 노동권의 향유 대상을 찾아 현재의 간극을 채워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기본법’으로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의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개별적인 권리 규정을 단순히 추가하는 법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틀을 제시하는 이념형 기본법으로 구상된다. 이 법은 첫째, 국가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하며, 둘째, 여러 제도와 정책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하고 통합하며, 셋째, 정책이 정권이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계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성격이 강조되는 이유는, 이 법이 단순한 보호 범위의 확대를 넘어 노동법 체계의 기본 원리를 재정립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에서의 ‘근로자’ 개념을 둘러싼 기존 논쟁에서 벗어나,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기본적 권리를 선언하는 데에 중심을 둔다. 이를 통해 「헌법」 제32조 제1항이 규정하는 근로의 권리와, 제3항의 근로조건 법정주의가 특정한 고용형태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노동 전반에 걸쳐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자 여부”라는 지위 중심의 구분을 넘어서, 모든 일하는 사람이 최소한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헌법적 수준에서 다시 정리하는 일종의 권리장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차별이나 괴롭힘을 받지 않을 권리,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이 포함된다. 이러한 권리들은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 기준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 법에서 제시되는 권리 보장은 일회적인 정책이 아니라, 정부의 조직이나 정책 기조가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되어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기본법’이라는 형식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관련 정책이 장기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제도의 정비, 전 국민을 포괄하는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체계의 구축,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금지, 사업주나 고객 등으로부터의 괴롭힘 방지,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고용서비스의 제공, 노동시간 규제,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 보장, 노동위원회 제도의 확대, 나아가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의 확인 등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모두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지향하는 원칙을 구체화하는 후속 입법과 정책의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비전형 노동자의 증가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준근로자’ 또는 ‘유사근로자’와 같은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중간 범주를 설정하려는 논의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중간 영역을 설정할 경우, 원래는 전면적인 노동법 보호를 받아야 할 비전형 노동자가 오히려 제한된 보호에 머무르게 되거나, 전면적인 노동법 보호를 받던 노동자를 비전형 노동자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온 우리 법체계에서 제3의 범주를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노동법 적용 범위가 축소되고 일부 보호만 적용되는 구조가 될 위험이 있다. 나아가 이는 기존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자’와 ‘근로자가 아닌 자’를 구분하는 방식 자체를 지양하고자 한다. 동시에 현행 법체계에서 발생하는 오분류 문제를 해소하여 근로자 개념이 보다 현실에 맞게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 위에서 노동법이 다루어야 할 범위를 넓히고, 기존의 규율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하나의 완결된 규제법이라기보다는, 이후의 정책과 입법이 따라야 할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향후 마련되는 다양한 제도와 법률은 이 기본법이 설정한 원칙에 부합하도록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조건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하는 노동법적 기준으로 기능하려는 법이라는 점에서, 성격상 서로 다른 조건과 형태에서 일하는 다양한 집단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법은 구체적이고 세밀한 규율보다는,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기본적 노동권의 내용을 제시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이와 달리, 강한 집행력이나 제재 규정을 중심으로 법을 설계하려 할 경우에는 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특정 직종이나 특정 유형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별 특별법의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전제로 그 공통된 권리의 기반을 설정하려는 것이므로, 일정한 수준의 추상성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집행 체계 역시 상대적으로 약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강력한 제재 수단을 통해 이행을 강제하는 방식은 이 법의 구조와 목적에 비추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정책적·이념적 성격을 지닌 기본법이 가지는 구조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그 자체만으로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완결하기 어렵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 의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상징적인 선언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법에서는 단순히 권리를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예를 들어 기본계획의 수립과 중장기 로드맵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으로 지속적인 정책 추진을 의무화하는 장치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취지에 맞게 관련 입법을 정비할 의무를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의 정책 추진과 병행하여 지방자치단체 역시 각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집행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수행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사업주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정책에 협력할 책임을 지게 된다.
한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제시하는 권리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후속 입법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모든 일하는 사람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여 근로자뿐 아니라 노무제공자에게도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의 배치와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입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와 같이 기본법에서 제시된 원칙은 개별 법률의 정비와 확장을 통해 구체적인 권리로 실현되어야 한다.

결국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그 자체로 완결된 규율 체계라기보다는, 이후의 정책과 입법이 따라야 할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정책 노력, 그리고 이에 기반한 후속 입법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이 법이 가지는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실질적인 권리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미주|
- 각 법안 명칭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는 모두 통칭해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라고 한다. ↩︎
월간<복지동향>2026년 4월호(제3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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