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12-10   5501

[심층분석: 복지와 가족 1] 가족정책의 방향 1)

들어가는 글

최근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급속한 변화중의 하나는 가족과 관련된 것이다. 이혼율의 증가, 한부모 가족의 증가, 저출산, 가족의 동반자살과 같은 큰 사건들이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짧은 시간 안에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각의 문제들이 일종의 수순을 거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나타남으로써 종합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것은 여성의 교육수준이 향상되어오면서 당연히 나타나게 될 경제활동의 증가와 인식의 변화, 가족구조 및 가족구성원의 역할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공통된 원인에서 비롯된다 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통적인 가족부양기능을 강조하는 전반적인 정책기조 속에서 가족기능을 보완하고 강화시켜줄 수 있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가족정책이 없었다는 것에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가족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정책 환경은 저출산과 인구고령화의 심화에 따른 가족의 재생산 및 부양단위로서의 기능약화, 가족 내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욕구증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증대와 함께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해당되는 가정과 직장의 양립지원욕구 증가 등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 환경 전망에서 주요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측면은 가족의 부양기능강화와 서비스 지원, 노인 및 아동에 대한 돌봄 노동의 사회화 등의 문제, 변화하는 가족형태 및 가족문화에 따른 법·제도 정비 등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가족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정책 환경을 통해 특히 가족의 부양기능이 약화되었으므로 노인 및 아동에 대한 돌봄 노동을 사회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돌봄 노동의 정책화와 관련하여 가족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새로운 가족정책을 요구하는 환경의 변화

인구구조 변화는 선진국에서도 복지체제의 전환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었다. 최근 인구변화의 특징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집약되어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구고령화가 선진국에서도 유래 없이 고속으로 진행되는 데에는 출산율이 선진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낮아지는 현상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취업이 선진국에서만큼 늘어나고 있지도 않다. 이는 앞으로 아동, 여성,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묶음에 큰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하며 아래에서는 먼저 가족정책 수립을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환경요인으로서 가족의 변화, 고용구조의 변화와 관련된 몇 가지 사실들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가족 구조의 변화

한국가족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가족규모가 축소되는 소가족화,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변화, 한부모 가족, 노인가족, 소년소녀가장세대를 일컫는 새싹가정 같은 비전형적 가족의 증가가 우리나라 가족구조 변화의 내용이다. 이러한 변화는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의 거주형태 및 아동양육과 관련하여 새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노인독신가구와 노인부부로 구성되는 노인단독가구가 증가하여 노인독신가구 및 노인단독가구는 65세 이상의 전체노인가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김승권 외, 2000). 전체 독신가구 중 60세 이상 노인의 비중도 상당하여 3분의1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인의 거주양식은 노인부양과 관련된 자녀의 역할아 규범으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인의 평균수명증가 , 노인의 불안정한 경제적 지위, 효 규범의 약화, 세대간 가치관의 차이, 노인단독세대의 증가와 같은 변화로 인해 이제는 노인부양을 가족의 책임으로 넘기는 안일함에서 벗어나서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준비해야 한다(이여봉, 이미정, 2003; 133).

<표1> 가구의 세대구성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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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구조의 변화는 또한 아동양육과 관련된 변화를 등반한다. 과거의 대가족제도에서는 집안에서 대리양육자를 찾는 것이 용이했지만 핵가족이 보편적인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부모가 아동을 돌볼 수 없는 사정일 때 양육을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부모 가족이나 소년소녀가족 혹은 저소득층가족 안의 아동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중산층 역시 아동양육과 관련하여 가족정책의 주요한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또한 평균수명의 연장 등에 따라 가족주기가 변화하여 노인부부끼리 생활하는 기간과 배우자 사별 후 여성노인이 혼자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일상생활에 지장있는 노인들에 대한 수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회비용을 크게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인구ㆍ고령사회대책팀, 2004).

여성의 경제활동

가족정책의 필요가 증가하는 가장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여성의 역할변화이다. 우리사회에서는 가족의 주된 기능을 아동양육과 노인부양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데(이혜경, 1996) 이것을 위한 직접적 서비스 제공자는 여성이었다. 이러한 여성의 역할은 성별역할분업과 가부장제에 의해 유지되어 왔으며, 포괄적인 가족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족구성원의 복지를 위한 여성들의 역할은 상당하였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가족구조와 가치관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여성의 인내, 양보, 자기희생을 기반으로 가족구성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려는 전통적 방식은 오늘날 가족내부에서 많은 긴장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표2>에서 보듯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980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2.8%에서 2002년 49.7%로 16.1% 증가했다. 반면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동기간동안 76.4%에서 74.8%로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On-line]).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가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감소와 동반되어 나타났던 서구의 경험과 같이 한국에서도 (비록 남성의 경우 감소율은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취업여성 중 기혼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서구와 같이 높아 전체 취업여성의 64.4%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 [On-line]).

<표2> 여성ㆍ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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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의 증가, 특히 기혼여성의 취업은 여성자신의 삶에 대한 문제와 함께 가족구성원과 전체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여성의 역할이 가사노동과 피부양 가족원(노인 및 아동)에 대한 돌봄의 주체에서 노동시장의 생산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는 가정 내에서 성에 따른 전통적 노동분업에 대한 재편과 함께 돌봄으로 대표되는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요구하고 있다. 만약 돌봄 노동으로 대표되는 가사노동이 시급히 사회화되지 않을 경우 여성은 더 이상 노동시장 참여와 출산ㆍ양육을 병행 가능한 선택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홍식, 2004).

노인부양의 실태와 돌봄 노동의 사회화 필요성

한국사회에서 돌봄 노동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현 단계에서 노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첫째, 어린이 돌봄의 사회화 주제는 일정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했다고 보이며, 둘째, 기존의 쏟아져 나온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정책방향에서 요보호노인의 돌봄 정책에 있어 성별에 대한 관점이 거의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보육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비해 노인의 돌봄에 대한 관심이 미비한 현상은 효로 포장되고 있는 부계 가족제도에 기인한 것이다. 현재 노인 돌봄은 절대적으로 가족의 책임으로 남아있는데 주요 담당자는 노인환자의 며느리가 42%(사위 0.9%)인데 비해 딸과 아들이 합해서 15%이다. 이러한 현실은 제도로서의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현실에 비추어 가족의 돌봄 부담을 비현실적인 과제로 만드는 것과 동시에, 요보호 노인의 돌봄의 질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돌봄 노동을 논할 때 요보호대상자가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가족구성원 중 특정인에게 결국 대부분의 경우에 며느리나 딸로서 여성에게 부양부담이 가는 것은 당연히 전제되는 암묵저인 사회적 합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합의로 인하여 여성이 갖게 되는 부양부담을 완화해줄 수 있는 정책적 개입 방안이 필요하다.

가족정책의 방향

독일 가족부 장관 레나테 슈미트는 좋은 정책이란 ‘가족들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지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선택한 가족형태 속에서 그들의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이진숙, 2004:44). 이 주장은 우리의 정책이 무엇에 초점을 두고 구상되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고 보인다.

첫째, 가족개념의 다양성 인정

특정 가족(구)형태로 건강가정 구현을 목적으로 하는 건가법의 한계를 넘어 현재의 변화에 대한 바람직한 대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정책의 방향이 가족의 가치, 기능, 형태 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다양성은 단순히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정책대상으로 열거함으로써 전형적 가족의 형태를 단수에서 다수로 전환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시민의 가족에 대한 상이 다양하다는 것을 전제로 시민 및 가족원이 현실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공동체로써 다양한 가구형태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족정책의 대상에서 사회구성원이 배제되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실천적 측면에서 다양성에 대한 보장은 가족정책이 가족의 특성과 관계없이 보편주의 복지이념에 근거해 그 방향과 원칙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노동권과 돌봄 노동을 공유하는 새로운 가족정책의 패러다임 모색

성통합적 복지국가에서는 가족의 책임으로 규정되고 방기되어왔던 돌봄 노동이 국가와 가족간의 상호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책임이 이전되고 공유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국가-시장-가족의 각 영역에서 상호 연결되는 측면들을 통합시켜야 여성들의 사회적 시민권이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제까지 성에 의해 분배되었던 복지급여, 임금노동, 돌봄 노동의 각각이 새롭게 재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돌봄 노동의 사회화 및 돌봄의 성별공유

출산율의 저하 속에서 어린이 돌봄 노동의 사회화에 대한 담론이 확산되고 있으나 보육의 사회화를 지향하는 것과 성별분업 강화의 방지를 둘러싼 본격적인 제안은 제기되지 않았다. 육아휴직 대상남성의 0.3%만이 제도의 이용자(행정자치부, 2002) 가 되는 한국의 현실은 돌봄에 대한 경제적 보상 등 돌봄 노동의 공적 체제로의 편제와 동시에 돌봄의 성별공유, 성별 분업의 약화라는 과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돌봄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란 주제는 돌봄을 이유로 다른 사회적 참여의 기회가 구조적으로 제한된 돌봄 노동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추구하는 동시에 돌봄 제공을 여성과 남성이 함께 부담함으로써 임금노동에의 동등한 참요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젠더이슈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남녀가 함께 임금노동과 돌봄 노동의 책임과 권리를 공유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져야하는데2) 예를 들어 유아휴직 등 가족친화적인 제도를 시간제 노동자에 확대시키는 정책은 현실적인 조건상 시간제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임금노동권을 보장하면서도 그들에게 돌봄에 대한 권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더욱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3)

넷째, 가족과 가족구성원의 관계 재정립

가족의 욕구와 개인의 욕구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건강가정기본법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존의 가족정책의 암묵적 전제는 여성과 가족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여성과 가족의 이해를 일치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구 내 재생산 노동의 주된 담당자는 여전히 여성이며 남성의 분담은 미미한 변화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부, 2003). 또한 신자유주의적 질서의주축인 영국과 미국의 경우를 보면, ‘가족에 대한 강화’를 최우선적 과제로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근거는 사회의 안정은 가족의 안정에 달려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여성의 안정은 가족의 안정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리하면, 가족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수립에 있어 개별 시민으로서 여성과 집단으로서 가족의 이해의 모순을 어떻게 해소ㆍ완화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내놔야 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인숙(2003) “가족지원기본법(안) 제정의 배경과 내용”,< 건강가정기본법 공청회 자료집>.

김혜경(2004), “보살핌 노동의 정책화를 둘러싼 여성주의적 쟁점: 경제적 보상을 중심으로”, 한국여성학 제 20권 2호 .

유해미, “아동양육 정책의 재편과 시민권의 변화”, 페미니즘연구

윤홍식(2004), “가족의 변화를 둘러싼 최근의 담론과 한국가족(복지)정책의 방향”, 춘계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 발표자료집 .

이진숙(2003), “가족복지정책의 패러다임 검토”, 한국사회복지학회 추계공동학술대회 자료집,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

이혜경,홍승아(2003), “ 성통합적 복지국가재편 논의를 위한 여성주의적 비판”, 한국사회보장학회 사회보장연구 제 19권 제1호 . 161-189.

테레사 쿨라빅 외(2000), <복지국가와 여성정책>, 새물결

한국여성개발원(2004), [2003 전국가족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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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본 글은 한국연성단체연합의 ‘일, 가정함께’ 성평등 가족정책 마련을 위한 가족토론회(2004.11.10)에서 발표한 원고를 수정요약한 것임.

2)경쟁적인 사기업과 달리 제도이용의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나은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보아도 2002년 9월말 현재 1,410명의 육아휴직 공무원 중 남자는 75명으로 전체의 5.3%에 불과했는데 이는 육아휴직 대상 남성의 0.3%를 차지한다 (행정자치부, 2002).

3) 스웨덴의 경우 부성휴가를 강화하기 위해 4주를 부성휴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그 기간에 해당하는 휴가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양육에 대한 아버지의 몫을 의무화했다. 실제로 1981년생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아버지가 18개월에 되기 전에 평균 48일의 휴가를 사용했다. 1990년생의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48%의 아버지들이 평균 59일의 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1998년에는 적어도 아버지의 절반이 휴가를 받았다(Jenson, 2001; 유해미, 2002 재인용).

신은주 /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월간 <복지동향> 2004년 12월호(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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