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촌 주민들, ‘주소지찾기’ 행정소송 제기
‘주민’이 될 수 없는 비닐하우스촌 주민들
실직한 이후 장애인인 부인과 함께 어렵게 살아가던 심재선씨(45)에게 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예전에 실직자는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생활보호법’과는 달리 작년 8월 제정된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하면 자신도 국가로부터 어느 정도 생활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심재선씨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91년부터 그가 살고 있는 일명 ‘개미마을'(송파구 문정2동)이라는 비닐하우스촌은 거주지로 인정이 안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심재선씨는 주민등록법상 전입신고를 할 수 없고, 전입신고를 할 수 없는 이상 그는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원천봉쇄되어있는 것이다. 88년부터 같은 지역의 ‘화훼마을’에 살고있는 최문숙씨(44)는 남편을 사별하고 고등학생인 두자녀와 함께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국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생활을 보장받아야될 이유가 돼도 모자랄 비닐하우스촌 거주사실이 오히려 그 자격을 박탈당하는 원인이 되고있는 것이다.
주민등록전입신고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 제기
이에 8월 9일, 강동송파시민단체협의회(공동대표 김경호, 김동진)와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공동대표 임근정, 현호월) 및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임종대)는 최문숙씨와 심재선씨를 원고로 하여 “주민등록전입신고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다. 최문숙씨와 심재선씨는 각각 지난 2000년 7월 25일자, 7월 28일자로 송파구 문정2동 동사무소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문정2동 동사무소는 “원고들이 거주하는 시설이 당초 농작물의 재배를 목적으로 설치된 원예용 시설로서 주민등록상의 주소로 지정이 불가하다”는 이유를 들어 각기 2000년 7월 26일, 7월 29일 원고의 전입신고를 반려처분을 했던 것이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물론 교육 및 의료혜택에서도 불이익
소송대리인인 이찬진 변호사는 “주민등록법상의 거주지는 주민의 사실상 생활의 근거지가 되는 장소를 의미하는 바, 원고들이 거주하는 곳이 비록 비닐하우스라고는 하나 수도, 전기 등 실제로 사람이 주거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는 법상의 명백한 ‘거주지’에 해당한다”고 지적하였다. 더욱이 “거주 관계를 파악하고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려는 주민등록법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이미 장기간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원고에 대하여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최문숙씨와 심재선씨를 비롯한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그동안 정부가 실제 거주지로의 주민등록전입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소지와 거주지의 불일치로 인하여 생활보호법을 비롯한 각종의 사회복지 서비스로부터 제외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하는 교육 및 의료혜택에 대해서도 불이익을 받아왔다.
90년 서초동 ‘꽃동네’ 전입신고를 인정한 고법판결
일단 소송의 전망은 밝아 보인다. 이미 지난 90년 서초3동 ‘꽃동네’ 주민이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고법은 “원고가 전입신고를 한 주소지상의 건축물이 타인의 토지 위에 토지소유자의 승낙없이 지은 원예용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불법무허가 건축물이어서 언제든지 철거대상이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미 2년 6개월 이상 생활의 근거지로 하여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면, 원고는 주민등록법상 주소 또는 거소를 가진 주민이라 할 것이므로, ……관할 동장은…원고의 전입신고를 수리하여야 한다.” (1991. 7. 26. 선고 90구3067 판결)는 판결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비록 ‘꽃동네’가 불타버림으로써 소송이 중도에 끝나버렸지만, 이는 비닐하우스촌에 대해 법원이 전입신고를 인정한 사례로 이번 최문숙·심재선씨 소송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온전한 국민의 사회권 확보를 위하여
이번 소송은 올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대하여 온전한 국민의 사회권 확보를 위한 ‘수급권찾기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꾸준한 요구로 제정된 기초생활보장법은 모든 국민에게 국가로부터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행령과 지침상으로 불합리한 수급자 선정기준을 마련하여 국민의 수급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보도자료를 통하여 계속해서 행정소송을 비롯하여 조례제정운동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노력 등을 전개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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