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ㅣ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권리 밖에 놓인 870만 명
매일 일터로 향하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달 라이더, 학원 강사, 보험설계사, 웹툰 작가, 소프트웨어 프리랜서, 대리운전 기사,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사회보장법」의 적용에서 벗어나 있다. 국세청 인적용역 사업소득 3.3% 귀속납부자 기준으로 그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869만 명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변화는 뚜렷하다. 2014년 약 400만 명이던 3.3% 사업소득 납부자가 2024년 869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도 612만 명에서 846만 명으로 증가했다.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플랫폼, 인공지능의 발전이 노동 세계를 빠르게 플랫폼화(platformisation)하면서, 독립계약자나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도 급증한 것이다.

인구학적으로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 드러난다. 3.3% 사업소득 납부자 중 여성 비율이 51.9%로 남성(47.8%)보다 높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7년 사이 60대 이상 고령층이 91만 명, 30대 미만 청년층이 75만 명, 50대와 60대가 68만 명 증가했다.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연령대에서 제도 밖 사각지대 노동자들이 가장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직업별로는 세법상 별도 직업분류 코드로 분류되지 않는 ‘기타 자영업’이 2014년 102만 명에서 2023년 485만 명으로 폭증했고, 퀵서비스와 물품배달 종사자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 단위로 급격히 늘었다. 2019년 신설된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항목은 불과 5년 만에 144만 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노동 형태의 부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2008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4개 직업군부터 산재보험 가입을 시작으로 고용보험까지 확대되었지만, 2024년 기준 고용보험 가입 인원은 79만 9천 명으로 869만 명 중 10%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고용보험 상실자 약 8만 명 중 실업급여 수급자는 5,531명에 불과하다. 제도가 존재하되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적 보호와 보편적 권리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
이 문제는 한국만의 과제가 아니다. ILO는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 실현을 위한 국제기준 제정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이사회 결정, 2022년 전문가 삼자회의, 2023년 규범 공백 분석을 거쳐, 2025년 6월 제113차 총회에서 1차 논의를 완료했다. 정의, 적용범위, 기본원칙과 권리, 산업안전보건, 보수, 사회보장, 자동화 시스템, 개인정보 보호, 분쟁해결 등 24개 조항을 담은 최종 초안이 마련되어 있으며 2026년 6월 제114차 총회에서 최종 채택을 목표로 한다. 고용상 지위를 불문하고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모든 사람을 적용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EU는 한발 앞서 2024년 10월 플랫폼노동 지침(Directive 2024/2831)을 채택하고 12월에 발효했다. 각 회원국들은 3년 내에 자국의 법률을 EU 지침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알고리즘적 통제 등 일정 지표 충족 시 고용관계를 추정하는 ‘고용추정’ 제도를 도입하고, 알고리즘 투명성, 인간 심사권, 자동화 의사결정 제한, 개인정보 보호 등 디지털 권리 중심의 보호 체계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유럽 바깥에서도 물결이 이어진다. 2024년 9월 싱가포르가 플랫폼 노동자법을 제정하여 퇴직금, 산재보상, 단체교섭 규정을 마련했고, 같은 해 멕시코는 연방 노동법을 개정하여 플랫폼노동에 관한 조항을 신설했다. 2025년 우루과이도 배달·운송 플랫폼노동자 보호법을 공포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노동자인가 아닌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는 무엇인가’로 논의의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

기본법이라는 전략의 의미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 발의된 「일하는 사람 기본법」 관련 주요 법안은 ‘일하는 사람’의 보편적 보호라는 공통의 목적을 공유하면서도 법안은 입법 방향에 있어 세부 내용에 다소 차이도 있다. 예를 들면 정의(일하는 사람과 사업자 개념), 의무와 권리(휴가, 결사권, 안전보건), 공정계약(계약서 작성 및 보장사항), 보호 장치(성희롱, 괴롭힘, 고충처리, 사회보험, 모부성 보호), 감독 및 구제(신고, 감독, 행정조치), 지원 체계(국가 책무, 공제회 설립) 등에 있어 차이들이 확인된다.
그럼에도 이 법안들은 모두 플랫폼노동자나 프리랜서와 같은 독립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전통적 산업민주주의 확대 및 파편화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법제도와 함께 실질적인 정책 논의와도 맞물린다. 소위 특수고용·플랫폼노동·프리랜서의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사회적 보호와 노동기본권 보장은 매우 시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위험과 취약성이 갈수록 확대하는 가운데 보편적 사회권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취지는 같다.
우선, 기본법의 취지는 제도와 정책 대상의 확대다. 기존의 ‘근로자(employee)’에서 ‘취업자(worker)’로 확대하여, 노동생활 및 제반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특히 기존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불평등을 방지하려는 취지가 있다. 둘째로, 최저 기준선의 보장이다. 보편적 시민권의 권리 향유를 위한 표준적 노동(general labor standards)과 사회안전망 구축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교육기본법」이나 「행정기본법」, 「사회보장기본법」처럼 해당 분야의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는 법률이다. 기본법은 개별 법률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 최소 보호 기준선을 설정하고, 하위 법률이 구체적 내용을 채워가는 구조이다. ILO 192개 회원국 어디에도 프리랜서까지 「근로기준법」 하나에 담는 나라는 없다는 현실적 문제도 직시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기본법 제정은 연쇄적 법률 개정의 출발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감정노동 적용 확대, 「근로기준법」의 괴롭힘 금지 연동, 「고용·산재보험법」의 적용 확대와 부분실업급여 도입, 「남녀고용평등법」의 출산육아돌봄 개정, 「국민평생직업능력개발법」의 경력 발급 정비, 「근로복지기본법」의 복지 지원 확대 등이 뒤따라야 한다.
전환의 첫걸음
향후 법안 통합 시 일하는 사람의 정의 통일, 사업자 범위 확대, 결사의 자유 수준, 분쟁해결 체계, 과태료 수준, 휴식권의 설정과 보장, 작업중지권 확대, 연결되지 않을 권리, 일터 정의의 범위, 권리지원재단 설립 방식, 대통령령 위임 범위, 기존 개별법과의 정합성, 시행시기 등 쟁점이 검토되어야 한다.
모든 조항을 기계적으로 병합할 필요는 없다. 일부는 개별 법률 개정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다. 다만 산재보험 및 사회보험 확대, 출산육아돌봄 등의 영역은 의무 조항으로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 법은 ILO 제102호 사회보장 최저기준 협약의 정신, 즉 의료, 상병, 실업, 노령, 산재, 가족, 모성, 장애, 유족급여의 9개 영역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 위에 서야 한다.
뉴진스의 하니, MBC의 오요안나, 유튜버와 웹툰 작가, 데이터 라벨러와 타투이스트까지,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870만 명이 계약 해지, 보수 체불, 성희롱, 괴롭힘, 산업재해라는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고용 형태에 따라 보호의 격차가 극심한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단지 하나의 법률이 아니라, 노동의 의미와 보호의 범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전환점이다. 22대 국회가 이 전환의 첫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 참고문헌 |
· 김종진, 2024, 「제도 밖 불안정노동자의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개선 과제: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규모와 고용보험 가입 실태」 , 《이슈와쟁점》, vol.41, 일하는시민연구소. 1-9쪽.
· 김종진, 2025, 「제도 밖 사각지대의 독립노동자와 프리랜서 현황: 3.3% 소득세 납부 성별, 연령, 지역, 직업 추이」, 《이슈와쟁점》, vol.49, 일하는시민연구소. 1-13쪽.
· 김종진, 2026, 「일하는사람기본법 제정 논의 필요성과 사회적 보호」,『일하는사람권리 보장 법률 제정의 현주소』, 22대 국회 김주영, 김태선, 박홍배, 이용우의원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사무금융우분투재단, 18~44쪽.
월간<복지동향>2026년 4월호(제3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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