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조세정의 2026-01-09   43872

[논평] 2026년 경제성장전략, ‘경제 대도약’으로 포장된 성장주의 재탕

양극화 해소·공정과세·기본권 외면하고 규제완화에 매몰
AI 앞세워 재벌·자본 중심 질서 공고화, 불평등 심화할 것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오늘(1/9) 이재명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이하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2026년을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규정하고 적극재정과 정책금융, 신산업 육성을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극복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경제성장전략의 핵심은 성장방식과 경제질서의 대전환이 아니라, 재벌·금융·국가전략산업 중심의 기존 성장모델을 유지한 채 투자확대와 규제완화를 통해 성장을 끌어올리겠다는 데 있다. 지방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등의 아젠다가 제시되었지만, 자산과 소득을 아우르는 불평등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심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야기한 재벌·플랫폼 독점과 금융·자산의 집중 등과 같은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단과 개선 방안은 배제되어 있다. 불평등이 그저 ‘격차’의 문제로만 환원될 뿐, 왜 격차가 확대되었는지에 대한 고민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적극재정과 정책금융을 통해 경기 반등과 잠재성장률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하지만, 재정·금융·세제 운용 전반의 방향은 전략산업과 대기업, 자본시장 중심이다. 정책금융과 재정의 적극성은 전략산업 투자 지원에 집중되고, 생산적 금융, 국민성장펀드, 자본시장 활성화 전략 역시 금융을 국민경제의 안전망이 아니라 투자 촉진 수단으로만 삼고 있다. 법인세 인상을 통해 세입 기반 확충을 시도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확장재정을 강조하면서도 세제를 재정의 기반이 아닌 투자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점은 공정과세 원칙을 훼손하고 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 또한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자는 전형적인 ‘줄푸세식 성장 논법’일 뿐이다.

주거·부동산 대책 역시 과거 정책의 반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주택 수요 확충을 명분으로 한 양도세·종부세 주택 수 제외, 양도세·취득세 중과 배제 등은 세제 완화를 통한 수요 자극에 의존한 대책으로, 수도권 집중과 주거 불균형을 해소할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주거 취약계층의 안전과 권리 회복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고, 추진 시점 또한 너무 늦다. 공급대책도 기존 9.7 대책의 연장선에서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로 심화된 주거 불안을 완화할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주거안정이라는 정부의 책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의 성장’ 역시 선언에 머물러 있다. 중소상인·중소기업·플랫폼 종사자 대책은 보조금과 금융 지원에 집중되어 거래 구조의 불공정성과 시장 지배력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으며, 복지 분야도 재정 효율화를 중시하는 기조 속에서 권리 보장보다 선별과 관리 강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간주부양비를 폐지했다고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가 폐지된 것도 아니고, 외래 본인부담차등제 역시 의료 접근권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더해 디지털·AI 전환 기조 속에서 복지·돌봄·행정 전반을 효율성과 관리의 대상으로 다루는 접근은 충분한 통제와 권리 구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계적 배제와 권리 침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러한 성장전략의 선택은 AI·반도체·국가전략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한 규제완화에서도 문제가 두드러진다. 정부는 배임죄 폐지·완화를 ‘기업활력 제고’로 포장하고,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금산분리 완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AI를 앞세워 규제 완화에 매몰된 방식은 구조혁신이 아니라 기존 경제권력에 유리한 질서를 강화할 뿐이다. 더 나아가 AI 정책 전반에서 인간의 존엄성,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노동권, 보건의료·복지 영역에서의 위험에 대한 보호와 통제는 부차화돼 있으며, 보건의료 AI와 데이터 정책 역시 건강권과 공공의료 체계를 산업 육성의 하위 수단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

진정한 경제 대전환은 투자확대나 규제완화가 아니라 권력과 책임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프레임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대도약’이라는 이름과 달리 근본적 변화에 이르지 못했고, 기존 성장주의를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특히 K자형 성장으로 요약되는 극심한 양극화에 대한 해법을 기존 복지 제도의 정비 수준으로 내놓으면서 모두의 성장과 지속가능한 성장 등을 국가 아젠다로 제시하는 것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불평등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라 보기 어렵다. 참여연대는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한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기업과 자본의 책임을 묻지 않는 성장 전략, 공정과세 원칙 훼손에 반대하며, 공정한 경제 질서와 기본권, 공공성을 전제로 한 경제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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