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10.29 이태원 참사, 진짜 책임자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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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특수본 ‘꼬리자르기 셀프수사’ 우려
‘생존자’ 속에서 ‘가해자’ 찾는 것은 잘못된 수사방향
객관성·공정성 담보 위해 국정조사와 독립적 조사 필요

10.29 이태원 참사(이하 ‘참사’)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책임규명을 위한 수사라면, 당연히 책무를 다하지 않은 고위공직자들이 주요한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 이하 특수본)의 수사는 이상민 행안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진짜 책임자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생존자들의 지엽적 행위를 부각시키거나 현장 경찰과 소방에게만 책임을 지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의 잘못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어온 ‘꼬리자르기 셀프수사’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이번 참사는 무엇보다 10만 명 이상의 운집이 예상되었고 당일에도 신고가 빗발치는 등 예견된 징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국민 보호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본질이며, 수사는 이 지점에 집중되어야 한다. 국정상황실과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 등 소위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밝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왜 참사 당일의 응급 신고와 관련 보고가 관련 지휘라인이나 지자체장에게 제때 전달되지 않았는지, 인파 통제를 위한 인력 배치나 기동대 긴급출동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지자체의 사전 대책은 왜 없었는지 등도 규명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경찰이 구성한 특수본은 참사 관련 의혹들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경찰청장 등 상급자의 지휘 · 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간지시와 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경찰의 ‘셀프수사’라는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 이미 그 우려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행안부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되어 수사대상인지도 불분명하고, 경찰청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뒤늦게 진행되었다. 특수본이 입건한 7명의 경찰과 소방관은 중간 책임자들뿐이다. ‘꼬리자르기’ 수사가 우려된다. 게다가 특수본은 지난 29일 참사 발생 현장 인근의 ‘해밀톤 호텔’을 압수수색했고, 이른바 ‘토끼 머리띠 남성’이나 ‘각시탈’ 등 참사의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거나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서 축제에 참여했던 국민들 중에 ‘가해자’를 찾아내는 것은 수사의 본류가 될 수 없다. 국민들은 그저 이태원의 핼러윈 밤거리가 안전할 것이라고 믿으며 그 곳에 갔을 뿐이다. 해밀톤 호텔 또한 규제를 무시한 불법 증축 등 일부 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관계당국이 평소에 단속했어야 할 사안이지 지금 시점에서 특수본이 수사할 만큼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거리를 안전하게 다닐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건 국가이다. 무능과 방조로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경찰과 행정당국이 책임을 일부 현장책임자에게만 몰고, ‘피해자’와 ‘생존자’를 갈라치기 하며 자신의 책임을 희석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특수본 수사의 불투명성 또한 심각하다. 156명의 희생자를 내고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남긴 참사에 대한 수사인 만큼 그 과정과 결과는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특수본의 수사인원이 몇명인지, 지휘라인은 누구인지조차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대변인은 문서화된 자료가 아닌 구두로, 공개된 장소도 아닌 일부 기자들 대상 백브리핑으로 수사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어 어디까지 확인된 사실인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체계화된 수사 공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건 수사 상황에 대한 국민의 감시를 차단할 뿐 아니라 차후에 수사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 나아가 온 국민이 집단적 상처와 슬픔, 분노 속에서 경찰수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이러한 난맥상은 사실상 경찰에게만 책임을 물으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지침과 경찰의 범죄를 경찰이 수사하는 ‘셀프수사’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대통령은 공식 사과조차하지 않았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안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지자체장으로써 시민 안전 대책을 강구해야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까지 그 누구도 자신의 책임을 온전히 제대로 인정한 이가 없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한 이조차 한명도 없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을 조문 행보에 동행시키고, 경질요구에 대해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건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사실상 재신임하기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찰이 ‘윗선’을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만무하다.

최대한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되, 경찰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경찰과 행정부, 대통령실이 마땅히 해야할 책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국정조사와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통해 행정부의 책임을 묻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불가피한 과정이다. 스스로 말했듯 국민의 생명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져야할 윤석열정부와 여당에겐 이를 거부할 어떤 명분도 자격도 없다. 여권은 지금이라도 사태의 책임자들을 즉각 경질하고, 진심으로 국민 앞에 사죄하며, 국정조사에 협조하고 독립적 조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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