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소득세 폐지가 초래할 문제들 ⑤
김유찬 |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논의하던 시기, 우리나라의 주식 투자자에 대한 과세는 증권거래세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주식 양도차익은 투자자가 대주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과세했다. 금투세의 기본 취지는 세제 선진화를 추구하자는 것인데 대주주 이외의 투자자들이 획득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 공백을 허용하는 것은 소득세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대신, 증권거래세의 폐지를 감수하기로 했다.
세수 규모를 비교하면 2020년과 2022년의 증권거래세는 각각 13조5천만원, 8조4천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2022년 대주주의 주식양도세는 1조9천만원(1인당 양도차익 4억9천만원) 정도로 증권거래세의 세수 규모가 월등하게 컸다. 2025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의 세수 효과는 연 1조3천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증권거래세를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로 대체한다면 투자자 전체에게는 커다란 이익이 되는 것이다.
이후 금투세의 법제화는 진행됐지만 시행은 계속 유예됐다. 반면, 증권거래세의 폐지는 어이없게도 계획대로 진행됐다. 일본의 경우 비과세였던 양도소득의 과세 대상을 1961년부터 점차 늘리다가 1989년 4월부터 모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했다. 이후 9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다가 1999년 폐지했다. 즉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이 과세 체계가 완전하게 정착된 후 증권거래세의 폐지를 점진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제 선진화라는 측면에서 금투세를 추진한 것이 오히려 세제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주식 투자라는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제 행위에 과세 부담을 제거해주는 것은 투자자들이 여기에 몰두하도록 해 주식 투자를 보다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행위가 되도록 방기하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 스스로가 위험한 것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전환되도록 만든다. 우리는 2008년 금융위기를 목도했다. 시장경제 체제는 개인들이 스스로의 책임 아래 경제 행위를 추구하는 것이며 사회 전체에 위험을 유발하는 투자 행위는 상응하는 과세 부담을 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증권거래세는 사라졌다. 금투세마저 폐지한다면 잠재적 위기 유발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 수단이 없어지는 것이다.
금투세를 통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소득세 과세 체계는 매우 불공정한 과세 체계가 된다. 금투세는 과세 기준액 5천만원으로 그 이상의 소득만 과세하며 이익의 20%, 이익이 3억원을 초과했을 때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공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과세 대상은 전체 주식 보유자의 1%에 불과하다.
소득세는 실현된 모든 소득을 개인별로 합산해 누진세율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원칙이고 공정한 것이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는 부동산 양도차익, 배당소득이나 이자소득 등 다른 대부분의 금융소득은 과세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인들이 그들의 직업을 통해 노력한 결과로 얻어지는 근로소득은 과세한다는 점과 비교할 때 용납하기 어려운 과세 특혜다. 더욱이 현재와 같이 정부의 재정지출을 감당하기에 세수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길이다. 향후 경제정책의 운용에서 세입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금투세 폐지는 또한 정부의 신뢰도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이미지를 국민에게 남길 것이다. 금투세는 정부가 장시간 고려해 만든 세제 개혁의 하나로 증권거래세와 패키지로 묶어 논의한 것이다. 유예와 유예를 거듭하다가 이제 와서 폐지한다는 것인데, 금투세 폐지로 세제가 이전 상태로 복원되는 것도 아니다. 증권거래세는 이미 폐지됐다. 도입한 세제를 4년씩이나 유예하다 시행도 안 하고 폐지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매우 나쁜 선례를 만들어 정부와 국회, 정당뿐 아니라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것이다.
금투세 폐지와 관련한 논란에서 드러난 한 가지는 특정한 이해당사자 집단이 집중적 폐지운동을 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선동적이고 파편적인 내용의 금투세 반대 논리를 언론에 제기했을 뿐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 로비하고 금투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종사자들에게 전화해 압력을 행사하는 활동을 집요하게 추진했다. 또 국민청원 누리집의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에 서명하도록 사람들을 독려했다. 이는 공공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청원으로 세법 개정이 가능하다면 1700만 근로소득자가 청원하면 근로소득세도 폐지할 것인가.
▶ 한겨레 원문보기
2020년 국회 여야 합의로 도입이 결정되어 2025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다면 자산과세 축소는 물론 금융상품별 손익통산 및 손실이월공제 등 합리적인 금융세제 개편 자체를 후퇴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국회 여야가 합의로 도입한 1% 주식 부자 과세마저 한 순간에 백지화되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고 복지 확대,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세원 발굴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초래할 문제점에 대한 연속기고를 진행하였습니다.
[연속기고] 금융투자소세 폐지가 초래할 문제들
- 후진적 금융세제는 어쩌겠다는 건가
- 폐지 동조 민주당, 부자감세 맞서 싸울 수 있겠나
- 자산 과세 후퇴, 양극화 부추길 것
- 금투세 좌절,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
- 용납 어려운 과세 특혜, 정치 불신 조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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