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23-09-05   697

[언론기고] 모두를 위한 연금정치 ② 재정계산 기금운용발전전문위 활동을 마치며, 기록되지 않을 이야기들

이찬진 제5차 재정계산 기금운용발전 전문위원회 위원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2003년부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재정계산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고, 정부는 그 결과를 반영해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확정,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 이번 제5차 재정계산은 재정추계전문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반영·종합하여 재정계산보고서를 제출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이 글은 그 중 기금운용발전 전문위원회(아래 위원회)의 활동과 그 평가에 관한 것이다.

위원회는 출범 초기 여러 차례의 논의 과정을 거쳐서 보고서에 포함될 연구 주제 7개를 선정해 위원별로 주제별 과제 기술 및 발표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물 중 일부를 2023년 9월 1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아래 공청회)에서 위원회 명의로 발표했다. 아래는 해당 발표문과 현재 쟁점화되는 대주제의 논의 결과를 중심으로 검토한 내용이다.

기금과 제도 역할 분담

1) 논의 경과와 쟁점

이 주제 영역에서는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에 관한 주제별 연구 발표와 이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여기서 핵심적으로 문제제기가 됐던 부분은 이번 재정추계 결과상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30년 전후로 ‘보험료 수입 < 급여지출 < (보험료수입+기금수익)’ 시기로 전환되며(이를’기금 전환기’라 한다), 2040년 전후로 ‘급여지출 > (보험료수입+기금수익)’이 돼 2055년 전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는 것이다. (이를 ‘기금 소진기’라 한다).

국민연금 장기재정목표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기금 전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기금 투자자산의 현금화가 진행되며, 새로운 여유자금의 신규 투자 자산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평가익의 범위에서만 기금 규모가 증가한다. 기금 소진기부터는 기금 자산의 처분이익과 원금을 회수해 보험급여에 충당하다가 2055년 전후로 소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제약 아래 20년 기간을 예정한 기준포트폴리오는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데 대다수 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고, 이에 제도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기준포트폴리오 도입’을 위원회 차원에서 제안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기준포트폴리오 도입 취지에도 모순된다는 점을 다수 위원들이 지적했다. 또한 기준포트폴리오 수립 주체에 관하여도 위원들 간 의견이 분분하여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위원회는 기준포트폴리오 도입에 관한 부분은 이와 같은 논의 경과를 위원회 차원의 총론적 기술을 하기로 하고, 위원회 명의가 아닌, ‘연구자’의 연구 결과로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공청회 역시 연구자가 발표하는 것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따라서 이번 공청회에서 ‘기금과 제도 역할 분담’ 영역의 내용은 위원회 차원에서 합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2)한계

이번 재정계산위원회는 재정목표를 ‘향후 70년간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12%, 15%, 18%의 3개의 보험료율과 연금 지급개시 연령 연장 및 기금투자수익율 제고를 매칭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금투자 수익률 제고에 따른 재정안정 효과

통계상 기금운용수익율은 투자자산 중 위험자산의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90%~96%까지 결정되고 있다. 최근의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 4.9%를 기준으로 할 경우, 0.5% 수익률 상향을 위한 필요 위험자산의 비중은 85%상당이, 1% 수익률 상향을 위한 필요 비중은 96%이상이 요구된다.

위험자산 비중(출처: 기금운용발전위원회 제6차 회의 자료집 p.15)

그런데, 거시변수가 더욱 악화된 제5차 재정계산 결과에 따를 경우 현재와 같은 기금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한 위험자산비중은 72%로 대폭 증가된다. 현재 위험자산의 비중은 60% 상당인데, 기금의 연간 손실 확률은 약 25%로 4년에 한번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공청회 자료집 43쪽).

그런데 이와 같은 연간 손실 확률은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더욱 높아지게 되며, 손실이 기금 소진기에 발생할 경우 그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투자기간이 확보되지 못하게 되므로, 전적으로 보험료와 재정이 그 부족분을 충당해야 한다. 결국 위험선호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기대되는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그에 못지 않게 손실 발생 위험도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초과수익률을 기대하는 적극적 투자는 제도의 장기적인 성장기에서 선택될 수는 있어도, 기금의 전환기나 소진기에는 가입자들 및 국민들에게 지지받기 쉽지 않다.

또한, 위험자산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통계적으로 해외주식의 절대적 비중이 극대화된다. 기금 소진기의 경우 해외 자산의 급속한 매각으로, 그만큼 원화 가치 폭등으로 인한 자산가치 폭락의 위험과 환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충격으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 또한 상존하게 된다.

또한, 기금의 성장기에는 평가익 및 처분익을 모두 재투자하여 복리식으로 수익을 확대하여 기금의 평균수익률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지만, 기금의 전환기에는 점차적으로 처분익을 통해 보험급여에 충당해야 하므로 처분익 중 극히 일부만 신규투자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금 소진기에는 기금투자자산을 대량 매각해 보험급여에 충당하여야 하므로 여유자금의 신규투자 없이 계속적인 매각에 따라 최적 자산배분을 전제로 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금의 영구화 및 부분적립방식의 제도 운영안은 운영체계 개편안에서는 일부 논자의 주장으로 기술되고 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위원회의 공청회 발표 자료에서는 이를 목표로 하는 기준 포트폴리오 설정은 권고되지 않는다고 정리하고 있다(74쪽).

이와 같은 영구적인 부분적립방식의 기금운용안은 위험 자산 80%와 현시점의 즉각적인 18.5%의 보험료율 인상 수준 이상의 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요구되는 비현실적인 안이기 때문에 위원들 대부분이 반대해 공청회 자료상 그와 같이 정리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제약 아래서 기금 규모가 유지되면서 그 운용수익만으로 후세대 가입자가 납입하는 연금보험료가 GDP 대비 5~6%를 부담하고, 나머지 3~4%는 기금의 수익금으로 연금급여를 충당하는 방식의 기금의 영구화는 비현실적인 것이며, 기금의 장기적인 성장 기간 확보를 전제로 한 기준포트폴리오의 도입은 제도 변수가 선행됨을 전제로 해 그에 따른 보험료 인상률 및 보험료 수입 증가 통계 분석에 따라 기준포트폴리오의 도입여부 및 그 내용과 수위가 결정돼야 할 것이다.

기준포트폴리오의 수립 주체에 대하여도 위원회 내부 논의과정에서 많은 이견들이 제기되었고 합의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공청회에서의 위원회 차원의 현행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기준포트폴리오 도입 방안 발표는 과제를 담당한 위원들의 의견임은 별론으로 하고, 위원회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기금운용체계 개편 관련

이 주제는 연구 주제 선정 여부부터 위원회 내부에서 많은 반론이 제기되었다. 위원들은 초저출생 초고령화 상황에서 인구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기금의 역할에 공감하면서도 부과방식비용률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보전하는 재정 방식의 제안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았다.

기금운용본부의 운용 능력 미흡 등으로 기금수익율이 저조하기 때문에 운용체계를 개편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도 다수 위원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기금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하여 현재의 기금운용위원회의 비효율성이나 자산배분역량 부족을 이유로 운용체계가 개편돼야 한다는 논거 역시 국민들의 수용성과 위험선호 수준을 고려한 기금운용 방식 등을 이유로 위원회 차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전략적 자산배분 역량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위원들 일부는 전략적 자산배분안이 마련되고 가입자 대표들이 과반수로 구성되어 민주적 대표성과 투명성, 독립성을 확보한 현행 기금운용위원회가 안을 검토해 결정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체투자 확대나 해외투자 확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기금운용체계가 개편돼야 한다는 논거에 대하여도 이는 국민연금공단이 기획재정부가 관장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기타 공공기관으로 규제되어 예산과 인력의 통제를 받고있는 한계로 인한 것이며, 이는 공사화가 되거나 그 밖에 독립된 운용조직을 구성한다고 해도 ‘기타 공공기관’으로 규율되는 이상 동일한 규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논거의 수용성이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위원회 내에서 과제 연구 위원이 제기하는 기금운용체계의 개편방안의 핵심은, 앞선 기준포트폴리오를 법정화하는 것을 전제로 해, 대표성에 기반한 기금운용의 방향성은 비전문가이자 가입자 대표들을 현재의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편한 가칭 국면연금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해 동 기구에서 기준포트폴리오를 결정하게 하고,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문가로만 구성하여 전략적 자산배분을 하자는 것이었으며, 이번 공청회에서 운용체계의 근본적 개편방안으로 기술된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이 부분 주장 역시 위원회 내부에서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에 관하여 보험료 인상 등 모수 개혁이 불확실하여 재정목표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포트폴리오 도입에 대하여 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합의할 수 없는데 이를 전제로 한 운용체계 개편 역시 그 타당성이나 수용성이 부족하다면서 회의적인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과제 성과물로 제출된 연구 결과에 대해 내부 합의가 어려운 현실에서 현행 기금운용체계 내에서의 개편방안이 추가적으로 제기돼 검토됐다. 그중 집행조직인 기금운용본부의 역량강화에 대해 위원들이 대부분 공감했으나 기준포트폴리오 제도화를 전제로 한 가입자대표들의 국민연금 정책위원회 배치와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로만 구성하는 안 역시 위원들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공청회에서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은 위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며, 과제를 담당한 연구자의 의견과 논의되었으나 결정되지 않은 내용들을 요약하여 위원회 명의로 발표된 것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록되지 않을 위원회 활동과 한계

이번 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재정계산 제도’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제도와 기금의 연계성에 주목하여 과제를 발굴하고 연구와 논의를 진행했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타격을 입을 2040년대 중반부터 경제활동인구의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국민연금기금이 해야 함에 대체적으로 의견을 모아왔다.

재정추계 결과를 공유하면서 위원들은 2070년대 이후 가입자들의 소득 25%를 초과하는 부과방식비용률은 제도적 수용성이 없으며, 재정목표를 정립할 수 있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다수 위원들이 공감하였지만 그 영역은 위원회의 과제가 될 수 없어 다루지 못했다.

또한 위험자산 선호에 따른 기금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료와 국가재정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 하의 적극적인 기금운용을 가능케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져왔다. 기금이 위험자산 비중을 극대화하는 것은 손실 발생 시의 위험을 가입자와 국가가 보험료와 국가 재정을 통해 감당해 주겠다는 제도화가 전제돼야만 가입자와 일반 국민들로부터 그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금운용수익율이 (-)가 되는 빈도수가 크게 증가하며, 이러한 위험이 발생할 경우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신뢰가 붕괴될 수 있다. 가입자 대표성 없는 전문가들끼리 위험자산 비중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하였을 때, 수시로 발생하는 손실이라는 제도 및 기금운용상의 위험의 문제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중적 설득력이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위원회’명의로 공청회에서 제시된 기준포트폴리오 도입과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개선사항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 글에 담긴 문제들은 위원 간에 공유된 고민이나, 최종 보고서에는 게재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금의 역할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는 점을 기록하고, 그 내용들을 대중들과 공유하는 차원에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오마이뉴스 원문보기

<모두를 위한 연금정치> 시리즈

①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반쪽짜리 보고서’ 내놓을 셈인가
② 재정계산 기금운용발전전문위 활동을 마치며… 기록되지 않을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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