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빈곤층 복지제도 예산 감액 금지,
긴급복지지원제도 의무지출로의 편성을 요구한다
지난 3월 30일 기획예산처는 「202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안)」은 재량지출 15% 및 의무지출 10% 감축, 사업 10% 폐지(내역사업 기준)를 목표로 밝혔다. 기획예산처는 의무지출 전체를 모수로 보지 않고, 필수적인 복지사업은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예산 절감이라는 목표가 기존 제도의 높은 문턱을 더 높이고, 일선 담당자들의 소극 행정을 부추겨 복지 사각지대를 넓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는 예산 삭감 계획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 등 빈곤층 복지제도를 전면 제외한다는 점을 명확히 할 것과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재량 지출이 아닌 의무지출로 편성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의무지출로 편성되어있지만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기준중위소득 현실화 등 제도 확대를 위한 논의는 언제나 재정 당국의 압력 속에 무산되거나 속도가 늦춰졌다. 2017년 보건복지부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선언한지 9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부양의무자기준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남아있는 상태다. 2015년 전국민의 상대적 소득 수준을 빈곤선에 반영하겠다며 기준중위소득이 도입되었으나 여전히 복지기준선은 최저선 이하를 전전한다. 2024년 이래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했던 의료급여 본인부담금 정률제 도입을 통한 개악 시도 역시 재정 효율화 명분 아래 진행됐다. 기획예산처의 이번 작성 지침 역시 같은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빈곤 상황을 고려할 때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은 대폭 확대되어야 하지 조금도 후퇴해서는 안 된다.
둘째, 긴급복지지원제도와 같이 재량 지출로 운영되는 제도는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재도 긴급복지지원제도는 매년 추경을 반복하거나, 예산이 소진됐다며 신청조차 받지 않는 일들이 연말마다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이 소진되기 전이라 할지라도 예산소진을 우려하게 되면 일선 사회복지노동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지원을 심사하게 된다.
긴급복지 지원제도 예산소진에 따른 참극은 최근에도 벌어졌다. 2025년 3월 20일, 강남구 반지하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50대 남성 A씨는 사망 전 2024년 11월과 1월 각각 동주민센터에 지원이 가능한지 문의하였으나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6개월간 무직 상태였고, 월세와 전기요금이 수개월 체납되어 도시가스도 중단된 상태였으며, 이미 2024년 6월 정부에 의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으로 선정되었음에도 예산소진을 이유로 지원을 거절당한 것이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48시간 내 선지원이 원칙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3개월씩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2005년 대구 불로동 아동 사망사건으로 만들어져 한시적 제도로 시작했으나 이미 시행 21년이 흘러 빈곤층 복지제도의 중요한 축을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자체에 살고 있는가, 예산이 소진되었는가에 따라 들쭉날쭉한 보장 수준만을 전전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수준의 지원을 보장하고,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국민의 긴급한 필요가 거절당하지 않도록 의무지출로의 편성이 필요하며, 긴급복지지원제도에 대한 예산 절감 계획 수립 압력을 중단해야 한다.
2026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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