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인간의 권리로서 천부적인 인권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는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많은 사회적 논의들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 장애우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건강권 확보를 위한 논의는 사실 시급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감이 있다. 비록 한 개인에게 장애가 생겼다 할지라도 이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는 장애우의 건강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 우리나라 보건의료기본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우도 모든 국민 중 하나이므로 당연히 같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강조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세세히 열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면 알 수 있으며 장애가 생긴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절망에서 느낄 수 있다.
장애우의 건강권 실태
장애우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애의 예방과 치료, 재활에 힘써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장애발생의 예방 부분만 보더라도 과거 60, 70년대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대적으로 계몽하고 산하제한 정책을 펴서 성공한 것과 같은 국가 사회적 인 노력들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장애 발생을 개인의 운수 탓으로 여길 정도로 사회적인 인식 수준이 낮다. 또한 대부분의 장애우들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의료보장의 미비로 장애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다. 장애우들이 독립된 존재로서 이 사회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의료, 교육, 직업, 사회심리 재활 등 종합재활은 잘 알기도 어렵고 쉽게 접근하기도 힘들며 그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나 지역도 많지 않은 실정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우리 사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쉽게 좌절하고 절망한다. 장애우의 건강권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의료부분, 그 중에서도 특히 생계보장이 필요한 영세 장애우들의 의료현실을 보면 그 상황은 더욱더 열악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의료특별위원회가 지역사회 재활사업을 하고 있는 서울 수서지역의 생활보호 장애인들 2000년도 욕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내용 중 가장 큰 것은 경제적 어려움(52.3%), 건강(29.0%)이었고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 서비스로서는 의료가 39.9%로 가장 컸으며, 다음으로 가사가 26.0%, 경제가 22.3%순이었다. 즉 수서지역 영세 장애인들은 무료진료 등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질병치료에 있어서 어려움으로는 치료비 및 약값이 없다가 39.5%, 이동이 힘들다가 26.7%, 동행인 또는 간병인이 없다가 12.2%순으로 조사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장애인실태조사에서도 최근 2000년 보고서까지 매번 장애우들의 국가에 대한 가장 시급한 욕구는 "생계보장"과 "의료혜택 확대"로 변함 없이 조사되고 있다.
장애우들의 의료 욕구에 비하여 의료혜택이 부족한 이유로서 경제적인 원인으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체 살아가면서 기존의 장애뿐만 아니라 이차적인 질환의 발생,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많은 장애우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적인 의료보장 체계의 미비와 불합리는 그대로 장애우의 현실에 반영되어 질병이 발생해도 속수무책인체 방치되는 장애우들이 아직도 상당수 우리 주위에 있음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알 수 있다. 최근에 준비가 미비한 의약분업의 실시로 많은 의료보호 영세 장애인들이 약을 못 구해 애타게 돌아다닌 일들이 있었고, 생활보호 대상자들을 정리하면서 그나마 의료보호제도로 의료혜택을 보던 장애우들이 그 것마저 떨어져 대책 없이 방에 갇혀 민간요법에 의지하여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손상 치료를 하는 의료소외의 현실을 접하면, 우리는 장애우들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으며, 기존의 제 노력들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우 건강권의 사회적 보장방안
장애우의 건강권을 확보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장애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확고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장애의 문제는 사실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누구도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육해야 한다. 장애우들을 위한 시설이 혐오시설이나 위험시설과 같이 지역사회에서 인식되는 한은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 나가기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둘째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고 그 해결 방안들을 모색해 나가야한다. 우리사회 장애우들의 경제적 특성으로 가구당 월 평균소득은 108만원으로 도시근로자의 46.4% 정도 밖에 안되고, 15세 이상 장애인 실업율 28.4%로서 전체 실업율 4.2%의 6.8배이며, 장애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재가장애인의 60.3%가 월평균 16만원 정도 추가 지출을 요하고 그 중 의료비 약 8만, 교통비 약 3만의 순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누가 그 부족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장애우 개인과 그 가족들이 그 부담을 대부분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장애로 인한 부담을 개인과 그 가족에게만 짐 지우기보다는 국가와 사회가 체계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장애발생으로 인한 전체 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며 계속적인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임을 이미 선진 복지국가들이 증명하고 있다. 장애 수당의 현실화, 장애인 의무고용의 확대 및 정착, 의료혜택을 확대하고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며 의료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보건의료정책의 실행 등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셋째로 장애 발생 후 치료와 재활도 중요하지만 그 예방에 우선 순위를 두고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사된 장애발생의 원인들이 대부분 후천적인 원인으로 예방 가능한 것들이며, 또한 우리사회의 많은 문제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쟁, 빈곤, 핵문제, 교통사고, 산업재해, 환경오염, 만성질환, 안전사고 등등 장애발생의 거의 대부분의 원인들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결과로서 나타난다. 즉 장애발생의 문제는 한 사회에서 별개의 문제로서 존재하기보다는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장애 예방에 기울이는 노력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풀어가려는 노력들과 맥을 같이 한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장애우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정책의 수립시 정책으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영세 장애우들의 처지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증 재가장애우들이 쉽게 병원과 약국 등 의료시설과 재활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편의시설의 확보가 결국 노인과 임산부, 영아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세장애인들의 열악한 처지를 고려한 정책의 수립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것이다. 한가지 예로서 의약분업의 실시로 가장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은 의료인들도 아니요 정책수립의 책임자들도 그를 주장한 시민단체의 구성원들도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오히려 사회적 목소리가 적어 드러나지 는 않지만 영세 장애우들은 늘어난 의료비용과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 기존의 치료마저 포기해야 할 지경에서 가장 힘들어하고 있다. 보건의료 정책의 수립과 그것을 실시하는 와중에서 영세장애우들이 기존의 처지보다 최소한 더 열악한 환경에 빠지지 않도록 고려하여야 하며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펼쳐져야 한다.
유엔이 1990년에 선포한 "장애인에 관한 세계행동계획"의 목적은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실현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으며,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사회경제적 발전의 소산인 생활의 향상을 함께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장애인기본법도 그 이념을 추구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장애우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고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에 관한 세계행동계획"에서 언급된 데로 정부는 사회, 경제, 정치 등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장애우의 문제를 포함시켜 생각하는 것이 개인에게나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국민이 의식하도록 일깨워주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하며, 장애가 심하여 혼자의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과 동등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도록 정책을 펴야한다. 민간단체는 장애우의 욕구를 정형화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여 정부가 하는 사업을 보완하는 갖가지 활동을 함으로써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8월호(제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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