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결정 미루다 보호조치 신청 기각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해 권익위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 필요해
지난 4/22(화) 국민권익위원회가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 2인의 보호조치 신청 및 불이익조치금지 신청을 기각한 것이 최근 알려졌다. 지난 2024년 3월 7일 두 공익제보자가 권익위에 보호조치 및 불이익조치금지를 신청한 이후, 1년 이상 시간을 끌다가 이제서야 형사고소는 법률에서 규정한 불이익조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권익위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공익제보자들은 쿠팡 측의 고소로 인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받으며 고초를 겪어야 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무책임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쿠팡 공익제보자 보호조치 신청을 1년 넘게 방치하다 결국 이를 외면한 권익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24년 2월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들은, 쿠팡이 계약직·일용직으로 일한 1만 6천여 명의 개인정보를 모아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명부를 작성하고 이 명부에 등재된 사람들을 취업에서 제외하는 취업 방해를 해 왔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고 권익위에 비실명 대리신고를 감행했다. 그러나 공익신고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마자, 쿠팡 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익제보자들이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유출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영업기밀 유출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익제보자들이 권익위에 보호조치 및 불이익조치 금지 신청을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권익위는 제보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 건 형사고소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규정한 ‘불이익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형식적인 논리를 내세워, 신고와 고소 사이의 인과관계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는 대부분의 공익제보자들이 신고 이후 피신고자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업무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보복성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며, 이번 사건에서 형사고소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쿠팡이 문제삼은 자료들은 공익제보자들이 제보를 위해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저장된 자료일 뿐, 최근 수사에서도 제보자들이 이 자료를 제3자에게 유출하거나 이를 통해 사익을 취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다. 쿠팡이 공익제보자들의 신고로 해당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난 이후 거의 직후 고소했다는 점, 공익제보와 보도가 없었다면 쿠팡 측의 형사고소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쿠팡의 형사고소는 명백한 보복성 고소로서 공익제보의 의도를 훼손하고 은폐하고자 한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현행 법률상 형사고소를 불이익조치로 보는 명시적 규명이 없다 하더라도, 권익위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6 바목의 ‘주의 대상자 명단 작성 또는 그 명단의 공개,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ㆍ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제보자들을 보호했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쿠팡은 공익제보자들을 취업 제한 대상자 명부에 등재한 사실에 대해서도, 공익제보와 불이익조치 간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쿠팡의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해 2025년 3월 기준 명부에서 공익제보자들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불이익조치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7조는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등 공익신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이익조치에 대해서도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익제보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권익위가 위와 같은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하고, 쿠팡에 면죄부를 준 것은 주무기관으로서 존재 이유를 부정한 처사이다.
5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올해 1월 국회에서 열린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 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과 대유위니아 그룹 임금 체불 관련 청문회’에서, 쿠팡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일부 사과하고 공익제보자와 기자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팡이 고소를 취소한 이후에도 쿠팡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언제든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권익위의 기각 결정은 사실상 제보자들을 위험에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권익위는 공익제보자 보호라는 막중한 목적과 책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피신고자의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공익제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권익위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안일한 핑계를 대거나 막연히 피신고자의 주장을 차용할 것이 아니라, 공익제보자의 신고 내용을 면밀히 살펴 제보자들을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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