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체계 및 인력부문의 개혁과 -공공의료 및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의료체계와 인력관련 개혁과제들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
의약분업 사태로 인해 7월말부터 진행된 2차 의사폐업이 한 달째 장기화되는 가운데 민간의료체계로는 대처하기 미흡한 응급상황들이 계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공공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 보건의료체계에서 공공부문의 기본적인 역할은 국민건강의 기본선을 확보하고 빈부간 격차를 없애며 보건의료체계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인데 두 차례의 의사파업을 통해 이의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또한 9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되었던 의대신설 및 의대생 입학정원 증원 등을 통한 보건의료인력의 양적 팽창이 가져올 의료인력의 질 저하 등의 결과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가 제시한 증원 억제 조치를 통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적정 수의 의사인력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계가 가지고 있는 “보건의료체계 및 인력부문의 개혁과제”들에 대해 정부뿐 아니라 정계, 학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등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볼 시점이다.
“보건의료체계 및 인력부문의 개혁과제
-공공의료 및 일차의료를 중심으로-“기획토론회
이와 같은 현재 의약분업 실시와 관련한 의료기관 폐업 및 전공의 파업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체계 및 인력”에 관해 근원적인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올바른 보건의료개혁의 길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자리가 있었다. “국민건강권 수호와 의료계 폐업철회를 위한 범국민 대책회의”는 2000년 8월 31일(목) 오후 2시 건강연대 강당에서 <의료개혁과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기획토론회 – 2차 토론회 : “보건의료체계 및 인력(공공의료 및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를 개최한 것이다. 조홍준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경실련 박병옥 정책실장이 공공의료부문과 일차의료부문에 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에 관하여 발제를 하였고,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 박준명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장, 송재성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국장, 김성순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토론자로 참석하여 지정토론과 자유토론을 함께 하는 뜻있는 시간을 보냈다.
공공보건의료부문의 취약성은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사업에 난점되고 있어
경실련 박병옥 정책실장은 발제를 통해 의약분업실시와 관련한 최근의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근원적인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개혁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 중에서도 공공보건의료부문과 일차의료부문을 의료개혁의 핵심적인 영역으로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16.7%에 불과하여 공공의료가 매우 취약한 편인데 더구나 IMF 이후 공공보건의료부문은 민영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그 존립 가능성 자체를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민간위주의 의료기관 구성으로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정책의 수행 수단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의사 및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의료보험 수가를 통한 간접 통제만이 가능하게 되어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공공의료의 취약은 중증지로한의 집중적인 예방과 비용절약적인 효율적 의료공급체계 구축을 가로막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공공보건의료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과제 :
주민보건센터, 지역중심병원 등 설치
도시지역에도 보건소 이하에 보건지소를 설치하여 주민보건센터로 이용해 공공성격의 1차기관을 확보한다. 질적수준이 문제시되고 있는 농어촌지역에 있는 기존의 보건지소의 경우에는 시설을 현대화하고 단순 진료에서 포괄적 보건의료의 제공기관으로 기능을 전환하도록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공공병원으로 시군구마다 지역중심병원을 배치하되, 지역사정에 따라 보건사업활동에 대한 정부 예산을 지원하여 실질적인 공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제하에 민간병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성장기질환자가 저렴한 비용을 가지고 장기 입원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다수 확보해 현재와 같이 만성질환자들이 고가의 급성병상에 입원하여 재정적 부담을 과중하게 받도록 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각 국립대학병원의 역할을 교육부 산하의 교육연구기관에 그치게 할 것이 아니라 각 지역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 이들에 대한 3차 병원, 즉 광역중심병원의 역할까지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차 의료부문의 왜곡현상과 이에 따른 개혁과제 :
주치의제도, 적정의사인력 양성 등
1치의료가 한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이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감기에 걸려도 암에 걸려도 똑같이 종합병원을 찾는다는 게 문제다. 우리 국민들은 언제든 믿고 찾아가 진료하고 상담받을 수 있는 주치의를 갖고 있지 않고서 ‘무조건 의사장보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단위의 단과 전문의가 개원해 1차진료를 맡고 있는 것도 또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이 배운 내용과 진료내용이 불일치되고 있어 진료의 질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환자는 불편하고 진료만족도는 낮으며 의사의 책임성과 진료의 지속성, 그리고 질병관리를 위한 적정한 자원배분에 결함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 처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주치의 제도와 의사인력의 과도한 전문화를 막고 질높은 가정의를 많은 수 양성하는 등의 적정 의사인력의 양성, 경제적 인센티브 등을 통한 1차의료의사의 확충 등이 필요한 것이다.
의료개혁을 위해 의료계의 노력,
정부의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과 더불어 사회적 공감대 필요
결론적으로 향후 보건의료체계 및 인력에 관한 개혁과제로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의 노력과 함께 공공부문이 의료체계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하도록 의료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어야겠다. 또한,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고, 적정 의사인력 양성을 위하여 의과대학 신설 중지와 교육에 대한 평가를 통해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고 기준 미달대학은 폐쇄나 기존대학에 흡수시키고 의과대학에 대한 평가인증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기본이 튼튼한 의료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의료체계의 공공성과 일차의료의 강화가 필수적인 개혁과제임은 분명한 것이다.
토론 : 의료에 대한 개념정립의 필요성과
1,2,3차 의료기관에 대한 역할 명확히 해야
발제가 끝난 후 참석한 토론자들의 토론시간이 이어졌다. 경북대 예방의학교실의 감신 교수는 의사파업으로 공공보건의료의 강화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는 것은 마땅하나 그 대안으로서 공공의료를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발제자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며 모든 의료개혁문제에 앞서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으로 의료개념에 대한 인식을 들었다. 의료는 시장속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상풍성을 가지는 동시에 국민들의 건강권을 생각해볼 때 하나의 권리로서의 공공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의 개념에 대한 시각이 우선 정립되어야 할 것임을 강력히 주장했다. 1차진료기관의 문제 또한 1차진료에 대해 사실 합의된 바 없음으로 인해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따라서 단과전문의가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와 동시에 1차진료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의사폐업을 계기로 1차진료기관으로 발길이 돌려지면서 고도전문화와 의료화에 대한 국민들의 환상이 깨어져가고 있는 듯하다며 1,2,3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제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의 박준명 협회장은 공공의료기관의 양적 확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기능전환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의료기관은 보건사업의 강화로서 업무를 특화시키도록 하는 한편, 저소득층의 진료비 문제를 그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값싼 공공의료기관으로 해결하려들지 말고 의료보호제도의 개선 및 국민기초생활보장의 강화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발언에 앞서 송파구청장 시절 보라매 병원등의 공공의료기관들을 민영화 시켰던 것에 대해 당시에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발제와 앞선 두 토론자의 발언을 듣고서 좀 더 신중해야 했음을 시인하며 앞으로는 더욱 각계 의견을 귀담아 듣겠다고 했다. 김의원은 공공의료기관 강화의 필요성은 이해되지만 성급해서는 안될 것을 지적하며 의료수가의 차등화로 1,2,3차 의료기관이 역할분담을 통해 제기능을 회복시키는 것과 민간의료기관을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활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국의 송재성 국장도 공공의료부문을 확충하자는 의견에는 찬성의 뜻을 밝히며 다만 공공의료부문 확충은 연간 2조여원의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문제로 투자결정에 앞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부터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공공의료부문의 역할로서는 취약층, 취약지역, 응급의료 그리고 만성질환자 등 의료체계중 취약부문 의료에 대한 책임을 들었다.
또한 현재 3여억원이 필요한 개원비의 부담을 줄이도록 하기 위해 병원설립지원 인프라를 구축해 저렴한 비용으로 개원할 수 있도록 돕고 공공의료기관의 시설 개방 등을 통해 첨단고급 기기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원대안을 제시했다. 의료인력 문제는 의대정원의 10감축과 이후 동결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고 의대수행평가 등을 통해 수준미달 대학들에는 보완대책을 마련해 의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토론회를 통해 질좋은 공공의료서비스를 위한
사회적 아젠다를 합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박병옥 실장은 의료에 대해 공공서비스로서의 인식이 필요하며 공공의료부문의 강화는 공공의 소유 확대의 의미가 되어선 안되므로 공공의료부문의 강화 이전에 1,2,3차 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명확히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했다. 송재성 국장은 과거 재정투자 우선순위에 밀려 의료부문에 관련한 국가정책이 미비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의료개혁문제에 더욱 관심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날 토론 참석자 모두는 공공의료부문의 양적 확대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동의하면서 성급하지 않고 세밀한 준비를 통해 장기적인 계획을 가져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으며, 또한 양적 확대에 앞서 공공의료부문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현재 10%정도의 공공의료기관의 병상수를 30%대 수준으로 올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기존의 10%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대로 활용하는가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자 조홍준 교수(울산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질좋은 공공의료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아젠다를 합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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