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 서울여대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지난 3월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글의 요지는 명확하다. 제목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이 글은 우리 사회 돌봄서비스 분야 인력난과 이용자의 비용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며 이에 대한 완화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함을 강조한다. 문제의식에 동의하지만 이 글이 제시하는 대응 방안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글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 완화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쯤에서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인력난 완화에 외국인 노동자 고용 방안을 고려하자는 제안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활용 방안에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사람이 필요하니 외국인을 데려오지만 돈은 적게 주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가사근로자법 형해화
돌봄 핵심인 ‘사람·관계’ 보이지 않아
물론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노동부는 서울시와 손잡고 올해 상반기 이주 가사노동자 100명을 맞벌이 가정 등에 연결해주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시행을 위해 서비스 제공기관 선정까지 마무리한 상태이며, 그 이전에는 또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자는 입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한 상황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한사코 나몰라라해온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인식이 이와 같은 문제적 해법에까지 이른 것이다. 낸시 프레이저는 이를 두고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를 넘어선 수탈로 규정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외국인 돌봄노동자 활용 방안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최저임금 차등적용 관련 사안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의 발표 글은 가구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최저임금 적용대상을 피해가거나, 외국인 돌봄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통해 돌봄서비스 이용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반시대적 행위이거나, 초법적인 발상이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이들의 법적 지위 보장 필요성에 대한 지난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2021년 비로소 제정된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이 법의 보호망 바깥에 두는 방안을 활용하겠다는 것은 겨우 첫걸음을 뗀 가사근로자법을 국가가 나서서 형해화하고, 법 제정 이전의 착취와 폭력이라는 야만의 시대에 이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몰아넣겠다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돌봄 직종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는 방안 역시 현행법 상 전혀 근거가 없으며, 또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다.
차별 등 우려에 출산율 효과도 불분명
국내 돌봄인력 현장 유인 정책이 우선
둘째, 외국인 돌봄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의 문제이다. 앞서 언급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아이디어 자체가 차별적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일 뿐만 아니라 돌봄노동 전반에 대한 차별로 진화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본질적으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핵심인 돌봄에서 돌봄노동자 수와 돌봄 비용이라는 숫자만 남은 자리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숫자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우선되는 사회에서 사람은 도구화되고 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의 침해는 부차화된다.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홍콩과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은 증폭된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방안이 저출산 대책으로 적절한가의 문제이다. 싱가포르나 대만의 사례를 살펴보면 애초에 저출산 대책으로 도입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출산율에 미치는 효과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저출산의 문제는 복합적이다. 그 중에서도 딱 하나의 요인으로 압축하라면 결국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 세대를 살고 있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 그리고 미래 세대가 누리게 될 삶의 질에 대한 전망일 것이다. 어쩌면 나의 일상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돌봄노동자가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 심지어 구조화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세상이라면, 제3세계 노동자를 수탈함으로써만 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라면, 우리 청년들과 그 다음 세대 청년들은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느낄까?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이런 질문이 생긴다. 우리 사회에 정말 돌봄서비스 인력이 모자란가?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9만명의 돌봄서비스직 노동공급이 부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해볼 지점이 적지 않다. 2019년 현재 자격시험을 통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178만여 명 가운데 실제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44만 명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2021년 건강보험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돌봄노동자 10명 중 8명은 일을 시작한 지 10년 이내에 현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 보유자 중에 허수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언제든 돌봄서비스 노동자가 될 준비가 된 잠재적인 돌봄서비스 인력을 돌봄노동시장으로 유인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돌봄노동시장 현장의 노동자조차도 머물고 싶은 노동현장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먼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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