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빛나는 활동 100'은 참여연대 20주년 백서 1권에 담긴 내용으로 20년 동안 참여연대의 도전과 성과를 기록한 내용입니다.
2003년 4월부터 진행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매각을 촉구하는 1인시위

2003년 4월부터 진행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매각을 촉구하는 1인시위.

 

 

┃ 배경과 문제의식 ┃

 

주식백지신탁제(Blind trust)는 고위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보유한 경우, 주식으로 인한 이해충돌 가능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해당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지정 수탁기관에 조건없이 신탁)하는 제도이다.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 중 하나이다.

 

참여연대가 주식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발단은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1년 이른바 ‘4대 게이트’ 중 이용호와 윤태식 게이트에서 주식이 로비의 새로운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용호 게이트란 2001년 G&G그룹 이용호 회장이 계열사 전환사채 680억 원을 횡령하고, 보물선 사업 등을 미끼로 주가를 조작해 250억 여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하루 만에 풀려나는 과정에서 검찰간부와 정치권 인사가 개입한 사건이다. 이 회장의 로비 특징은 정관계 고위인사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에 가입시킨 것이었다. 약 900만 달러의 해외 CB(Convertible Bond, 전환사채)를 발행한 뒤, CB의 주식전환이 가능해지자 CB 일부(약 3분의 1)를 정관계 인사들에게 제공하고 본격적인 ‘작전’을 통해 주식 가격을 보름 만에 5배까지 오르게 해 정관계 인사들이 주당 2500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얻게 한 것이다. 또한 윤태식 게이트는 수지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윤태식 씨가 자신이 경영하던 벤처 회사의 사세 확장을 위해 여야 정치인, 언론사 벤처출입 기자, 관련 공무원들에게 자사주를 무상 혹은 액면가에 양도한 사건이었다. 두 사건 모두 당시 열풍이었던 벤처 주식을 로비도구로 사용한 사건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는 2002년 1월 24일 주최한 <권력형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토론회에서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와 장유식 변호사의 발제를 통해 주식로비 근절책의 하나로서, 이미 미국 등에서는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는 ‘주식백지신탁제’를 공직자윤리법에 포함하여 시행할 것을 처음으로 주장하였다. 아울러 이해충돌방지 조항의 신설, 국내 선물에 대한 수수 제한 조항 신설 등 종합적 개정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공직자윤리법 까지 포함한 종합적 부패방지법 제정 주장이 끝내 받아지지 않은 채 부패방지법이 제정 시행(2002)된 상황에서, 양 법 각각의 질적 발전을 먼저 꾀한다는 입법 전략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했다.

 

 

┃ 주요 활동 경과 ┃

 

다시 주식백지신탁제를 공직자 이해충돌 해결책으로서 강력하게 제안하게 된 계기는 2003년 삼성전자 사장을 역임했던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의 입각이었다. 진 장관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9,194주와 7만주의 스톡옵션이 문제가 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정보통신부 장관에 의해 ‘보조금이 허용되는 기종’과 ‘보조금 한도액’을 정하는 <단말기 보조금 고시(告示)>가 이루어지는데, 진 장관의 입각이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2002년 당시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매출액이 10조 6441억 원(수출 포함 잠정 추정), 영업 이익은 2조 9520억원(잠정 추정), 사업 분야별 영업이익순위 중 반도체에 이어 2위(2002년 잠정 40.9%)여서, 참여연대는 장관이 이해 관계기업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해충돌을 일으킨다고 보고, 주식을 처분할 것을 요구하였다. 진대제 장관이 끝내 주식 매각을 거부하자, 주식 매각 촉구 공개서한 발송, 정보통신부 앞 50여 일 간 35인의 1인 시위 등의 시민항의 행동을 벌였다.

 

완강히 버티던 진대제 장관과는 달리 악화되는 여론 추이에 곤란해진 정부는 주식백지신탁제를 도입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였고, 2005년 5월 18일 공직자윤리법 내에 주식백지신탁제도 조항이 신설되어 같은 해 11월 19일 시행되었다. 결국 진대제 장관은 제도 시행 이후 삼성전자 주식 11,894주 등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하였다.

 

사건을 통해 사회적 의제가 된 주식백지신탁제의 실질적 내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계속 되었다. 2004년 9월 14일 국무회의 통과안은 재산공개 의무를 갖는 1급 이상의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고 주식 하한액도 확정짓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금융감독기구, 경제 관련부서의 모든 공직자를 포함해 4급 이상 공직자로 확대할 것과 그 하한액 역시 1000만 원으로 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1년 여 국회에서 격론이 벌어졌고, 이 기간 동안 참여연대는 <17대 국회의원 및 국회 1급 이상 공직자 주식보유현황 보고서>와 <행정부 및 금융감독기관 1급 이상 공직자 주식 거래내역 및 보유현황 보고서>를 발행하여 심사 대상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런데 2005년 3월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의 재산공개사항 중 부동산 투기 의혹과 부인 명의 2억여 원의 벤처기업 주식보유 등이 문제가 되어 결국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직자윤리법의 전면적인 개혁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국회는 주식백지신탁제에 관한 정부 원안에 재정경제부 금융업무 관련국과 금융감독위원회 4급 이상 공무원을 추가하고 심사 주식 하한액을 1천만~5천만 원 사이로 시행령에 넣는 선에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주식백지신탁제 도입에 대해 한계가 명확한 입법이지만 이로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평가하였다. 2012년 11월 발행한 <주식백지신탁제 시행 7년 보고서>는 이러한 모니터링 및 감시 활동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시행 이후 7년간 백지신탁위의 심사현황을 분석한 이 보고서의 결과는 비관적이었다. 분석 결과 국회의원들은 상임위 이동만으로 직무관련성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까닭에 주식보유가 전혀 제어되지 않았으며, 법원의 경우는 2006년 이래 3천만원 이상 주식보유자가 61명이나 있었지만 단 한 건의 ‘직무관련 있음’ 결정도 없었다. 행정부의 경우 외교통상부(70명), 검찰청(21명), 구 행정자치부 포함 행정안전부(20명), 경찰청(16명), 국방부(16명), 국정원(7명) 등 3천만 원 이상 주식보유 공직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지신탁 적용 사례는 7년간 한 건도 없어서, 실효성 있는 백지신탁 심사가 과연 이루어졌는지 의문이었다. 참여연대는 결론적으로 ①백지신탁위의 주식 직무관련성 여부 심사의 대폭 강화 ②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직무관련 판단 없이 주식 백지신탁 의무화 ③대검찰청과 외교통상부 등의 부서에 대한 재산공개 대상자 외 주식백지신탁 심사 대상 확대 등을 제도개선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이 보고서는 발행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고위공직자 인선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2013년 3월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였던 모엔지니어링 황철주 대표이사가 자신은 백지신탁을 못한다며 사퇴하자, 사전 인사검증에 실패한 청와대와 여당은 백지신탁제에 책임을 돌려 완화 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기초로 해서 오히려 백지신탁제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애초부터 정밀한 논리가 아닌 정치공세로 백지신탁제 완화를 주장했던 이유인지, 현재 완화 논의는 거의 유야무야된 상황이다.

 

 

┃ 성과와 의미 ┃

 

미 연방대법원 판결문 표현대로 “가장 선한 사람일지라도, 그가 정부를 대신하여 집행하는 사업에 의해 그의 재산이 영향을 받는다면 공명정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주식백지신탁 제도의 기본 정신이다. 이해충돌의 가능성 자체는 부패행위가 되지 않지만, 결국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공직자 스스로 이를 회피할 수 있어야만 이른바 ‘정직한 부패(honest graft)’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함께 도입된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시행하도록 하는 데 참여연대는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을 확대하는 등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주식백지신탁제의 강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행정감시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 같이 보기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참여와 행동에 동참해주세요
참여연대 회원가입·후원하기
목록
  • [목차] 참여연대 빛나는 활동 100 (1994~2014)
  • [001] 내부 비리 제보자 보호 활동
  • [002] 부정부패추방캠페인 ‘맑은 사회를 열자’
  • [003] 부패방지법 제정운동
  • [004] 판공비 공개운동
  • [005] K1 전차 군납비리 진상규명과 예산감축 운동 - ‘자주국방’의 성역에 시민감시의 메스를 들이대다
  • [006] 청렴계약제와 청렴계약옴부즈만제 도입 운동 - 시민감시의 새로운 실험, 청렴계약제
  • [007]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활동 - 부도덕한 고위 공직자를 낙마시키다
  • [008] 국가회의록 남기기 운동 - ‘기록이 없는 나라’, 투명행정은 없다
  • [009] 백지신탁제 도입운동
  • [010] 튀직후 취업제한 실태 연례 보고서 발간 - 관피아를 막아라
  • [011] 의인상 제정과 ‘공익제보자의 밤’ 개최 - 양심의 호루라기를 분 당신은 ‘의인’입니다
  • [012] 최초의 국회 밀착감시, 국정감사모니터연대 활동 - 시민감시를 거부하는 국회, 2000년 낙천낙선운동의 도화선이 되다
  • [013] 2000년 총선시민연대 활동 - 유권자들과 함께 만들어 낸 선거혁명
  • [014] 돈 선거 근절과 불법 정치자금 과세를 위한 시민행동 - 검은 돈과 차떼기 사건
  • [015] 대선후보 공약평가 활동
  • [016] 정치개혁 물꼬를 튼 정치관계법 개정운동
  • [017] 최초의 국회 감시 전문 사이트 <열려라 국회>
  • [018] 인터넷 선거운동 전면 허용을 이끌어 낸 시민행동
  • [019]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라’ 캠페인 - 투표시간 연장 등 참정권 확대 운동
  • [020] <사법감시>지 발행과 판결비평 활동 - 판결도, 법관도 감시의 대상이다
  • [021] 사법개혁의 지침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발간
  • [022] 의정부 법조비리사건 대응 - 무너진 법조윤리, 변호사징계정보자료실 구축으로 이어지다
  • [023]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시민추천운동
  • [024] 로스쿨 도입 운동
© k2s0o1d4e0s2i1g5n. Some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