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5-01   38

[기획3] 지역의제를 통한 지방선거 대응:대구의 변화를 위한 대구 시민사회의 시도

[기획3] 지역의제를 통한 지방선거 대응:대구의 변화를 위한 대구 시민사회의 시도

김보영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소장

우리나라에서 서울, 부산에 이어 제 3의 도시로 꼽히는 대구는 의외로 상처를 안고 있는 도시이기도하다. 1995년에 지하철 공사장에서 등굣길의 학생 42명을 포함하여 100여명의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와 2003년, 대구 도심의 대표적 번화가인 중앙로에서 발생한 지하철 화재 참사는 200명에 가까운 대구시민들이 희생되어 세계적으로도 최악의 지하철 사고로 꼽히고 있다. 지금도 중앙로역에 부분적으로 보존된 2003년 화재 당시의 모습은 아직도 대구시민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는 대구에 닥친 또 다른 시련이었다.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가 아직 대유행으로 선언되기도 전인 2020년 2월에 대구에서 우리나라 첫 환자가 출현한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가 대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얼마나 위험하고, 어떻게 전염이 되는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파악조차 제대로 되기 전에 확산의 진원지가 되면서 대구시민들이 경험한 공포는 상당했다. 타 지역으로부터 받는 차별의 시선 역시 오롯이 감당해야했다. 10여 년 전부터 메디시티를 선포하고 세계적인 의료도시를 표방한다던 대구에서 병원치료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희생자들이 속출하는 참담함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코로나19의 충격은 단지 의료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 사회경제적인 영향 역시 대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이원재 외, 2021).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적으로 전통적인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는데 대구지역은 제조업 일자리는 다른 지역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데 이어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았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됐지만 이를 대체할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일자리 증가 추세는 약진한 것이다. 제조업과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모두 주요 도시 중에서 가장 임시직 및 일용직 종사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코로나19와 같은 충격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대구는 주민 1인당 생산성과 소득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인구감소는 주요 도시 중에서 높은 편에 속하고, 지방소멸 고위험군 상위 10개 기초지자체 중 대구의 두 개 구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청년의 유출이 심각하여 이미 주요 도시 중에서는 부산 다음으로 청년 비율이 가장 낮고, 고령 인구 비율은 부산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다. 3대 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여타 도시보다 인구 고령화와 청년 유출, 인구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대구가 우리나라 고속성장시기 성장의 중심이었던 도시였던 만큼 경제개발시대 이후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와 위기에 더욱 두드러지게 노출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대구를 위한 지역의 의제를 제기하다!

이러한 대구의 지역문제를 제기하고 더 나은 대구를 위한 의제를 만드는 과정은 단지 대구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발국가 이후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하는 우리사회의 사회적 과제와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개발국가 시대는 권위주의와 결합된 중앙집권에 기초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이후 사회적 대안은 오히려 지역으로부터 모색되고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국가발전, 민주화와 같은 거대 담론의 시대 이후 우리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요구받고 있고, 그렇기에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실질적인 답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부터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발국가 시대의 중앙집권적 발전으로 나타난 또 하나의 현상은 수도권 집중화다.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경제적, 사회적 자원을 수도권이 빨아들여왔다. 인구, 기업, 일자리, 교육 등 사회경제 전 분야에 걸쳐 서울, 그리고 서울과 거리가 가까운 순서대로 서열화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역량 역시 예외가 되기 어렵다.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지역마다 고유의 발전전략이 나오기 보다는 서울에 집중된 자원의 일부를 나누어주는 식의 단편적 해법만 반복되는 이유도 이러한 배경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구참여연대에서 지역의 학계, 노동계, 시민사회를 망라하여 정치, 복지, 의료, 자치, 노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대구 지역에 맞는 정책의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2019년 5월 2일에 좋은정책 네트워크(좋네)를 발족하였다. 발족 이후 좋네는 7대 특·광역시 4천여개의 조례를 비교하여 좋은 조례 93개를 선정하고, 대구시에서 추진되어야할 231개의 조례 제·개정안을 제안하였다(강금수 외, 2019). 그리고 이를 입법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좋은조례 만들기 시민청원’을 추진하여 감사위원회 조례, 공공기관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례, 안전한 돌봄 및 지원 보장 조례,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 취약노동자 건강증진 및 유급병가 지원 조례 등을 시민청원인과 함께 청원하였다. 새로운 조례를 추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마을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가 “마을공동체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포함되어 제정되는 성과도 있었다.

 

코로나19의 상처를 딛고, 제2대구의료원 설립을 위한 장정

코로나19는 턱없이 부족한 공공의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김동은, 2021). 특히 초기 확산이 집중되었던 대구는 심각한 병실부족을 경험했다. 대구 병상 수가 3만 8천여개로 다른 광역시·도와 비교해 적지 않은 규모였지만 3월 초 그 10분의 1도 안되는 3천 6백여명의 누적환자가 발생했을 때 60% 이상의 환자가 자가 대기상태였다. 이로 인해 초기 사망자의 대부분이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했는데 4명 중 1명은 입원치료도 받지 못한 채 희생되었다. 대구 병상의 90% 이상이 신속하게 투입되기 어려운 민간병원의 병상이었고, 10개의 공공병원 중에서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곳은 442병상을 가진 대구의료원이 거의 유일하였다.

 

대구에서 이러한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구에 있었던 또 하나의 공공병원이었던 대구적십자병원은 이미 2010년 문을 닫았다. 2015년 메르스(MERS) 사태를 겪으면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감염병관리본부를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고, 2018년에는 지방선거에서는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마저도 요원한 상황이었다. 공공의료의 인프라가 더 갖추어져 있었다면 감염병에 공공의료 중심으로 신속하게 1차 방어선을 구축하여 시간을 벌어 민간병원과 협력하여 2차 방어선을 함께 구축해 시민의 희생을 줄일 수 있었겠지만 신속한 대응을 할 공공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2020년 6월, 대구시가 유치하겠다고 나선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에 대구가톨릭병원이 탈락한 것을 계기로 대구참여연대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대구참여연대, 2020). 민간병원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었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당시 시의회 질의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대구시장의 답변을 안이한 인식이라고 비판하면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야말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공약도 지키면서 지역에 부족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할 수 있는 대안임을 제시한 것이다. 

 

2020년 11월에는 대구광역시 동구의회 의원 연구모임인 ‘청보리회’의 위탁을 받아 대구시민 천 명을 대상으로 ‘대구지역 공공병원 수요에 대한 의식조사’를 포함한 ‘대구지역 공공의료 인프라 구축 필요성과 기초연구’를 대구의정참여센터와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의식조사 결과 응답한 시민 80% 이상이 대구에 공공병상이 더 확충되어야 한다고 응답하였으며 그 방법으로 제2대구의료원 설립에 동의하는 응답은 60% 이상이었다. 당시 대구시가 주장하는 기존 대구의료원 보강만을 선택한 응답은 약 20%에 불과했다. 응답자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으로 기대하는 사회적 역할로 감염병 유행과 같은 때에 시민을 위한 안전망 역할을 과반수 이상 꼽았다. 기존의 대구의료원이 대구 서부에 위치하고 있어 의료원 이용자 중 동구 주민은 2% 정도에 불과하여 상대적으로 소외된 동구의 지역 정치인의 협력을 이끌어내어 이와 같은 의미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애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대구시도 21년 2월에 전격적으로 제2대구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타당성 용역 예산을 수립하고 발주하여 추진하는 등 제2대구의료원 설립을 위한 기초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를 공론화하기 위한 대구 시민사회의 활동은 계속되었다. 6월에 “대구지역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과 공공의료원의 역할 토론회”를 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역의원 등과 함께 개최하는 등 지속적으로 여론을 확산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2022년 1월에는 지역의 보건의료, 복지, 노동, 시민사회, 주민단체 등 14개 단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도 결성하였다.

 

그러나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황은 호의적으로만 전개되지는 않고 있다. 지난 2월 타당성 용역의 결과 대구의 2차 진료를 수행할 종합병원 부족, 의료취약계층 서비스 제한, 대구 동구권의 의료접근성 부족 등을 근거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제출되었고, 이에 대구시도 설립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정작 뒤이은 3월에 이를 약속하고 공식화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재정 적자 등을 이유로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원으로 논란을 빚었던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 힘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되었다. 홍준표 후보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에 대한 질문에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 대응 역시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시민행동은 3월 말부터 대구 시민의 의지를 모으기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을 돌입하여 3만 명 서명을 목표로 온라인과 함께 오프라인에서도 매 주말마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여론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한 언론 기고, 제2 의료원 설립에 동의하는 제 정당과의 연석회의 결성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동구의회는 ‘제2대구의료원 동구 유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가 하면 대구 내 기초지자체 출마자들도 제2의료원 유치를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제2대구의료원은 이미 6.1 지방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돌봄도시, 자치도시, 청년도시 대구를 말하다

좋네를 중심으로 대구참여연대는 대선과 지선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지역의 요구를 모아서 제시하던 기존의 의제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지역의제를 형성시키고 관철시킬 수 있는 접근방식을 고민하였다. 각계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아젠다를 선거 때에 맞추어 모아보는 정도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지역에서 공론화시키고 선거 이후에도 이를 중심으로 정책적 비판과 대안제시를 할 수 있는 지역의 핵심적인 아젠다를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시민사회의 역량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명분상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역량을 모아갈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 것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제시된 것이 대구변화를 위한 3대 비전 돌봄도시, 청년도시, 자치도시 대구의 정책의제와 정책과제이다. 우선 두 차례에 걸쳐 “2022 대선과 지방선거, 시민사회 대응”을 주제로 민주시민포럼을 개최하면서 먼저 시민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뒤이어 대구 시민사회의 대응 방향으로서 돌봄도시 대구, 마을과 자치, 청년과 경제·교육을 주제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결과물로서 지난 2월에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구 변화 3대 비전, 14개 의제, 42개 정책과제”를 발표한 것이다(대구참여연대, 2022). 

 

돌봄도시 대구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공의료와 돌봄의 위기 경험에서 나왔다. 최근에 ‘강도영씨 사건’으로 알려진 대구 청년의 비극 이면이 알려지면서 돌봄의 공백을 공공이 채우는 것이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돌봄을 모든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국민돌봄보장법’ 제정, 지역수요에 기반한 ‘지역돌봄통합재정’ 구축, 제2 공공의료원 설립 등의 의제가 제시되었다. 청년도시 대구는 청년유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일자리 중심의 협소한 접근이 아니라 경제적 기회와 함께 문화, 환경, 생활을 포괄하는 정책전환을 위해 청년주도 청년정책을 위한 대구청년재단 설립, 청년의 지역정착을 위한 ‘일-경험-학습 플랫폼’ 구축, 대구 청년정신을 위한 ‘전태일 라키비움’ 조성 등 의제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혁, 주민자치회의 제도화와 활성화, 주민참여예산 일반회계 1% 제도화 등의 의제를 제기하였다. 물론 이러한 의제를 제시한다고 해서 당장 여론이 조성되고 의제가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대구참여연대가 시민사회 안에서부터 비전에 대해서 논의하고 시민이 체감하도록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꾸준한 노력을 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제 대선은 끝났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를 지역의 아젠다로 설정하기 위해서 각계의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주시민포럼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그 이후에는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지방선거 정책공약 토론회를 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지역의 논의를 확산시키고자 계획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권력에 대한 감시활동을 전개하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쟁점에 대해서 반응적으로 대응하는 시민운동에서 더 나아가 더욱 능동적으로 지역의 의제를 설정하고, 선거 때에만 맞추어서 과제를 제시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지역변화의 방향을 제시해 꾸준히 시민의 역량을 모아가고자 하는 시도는 쉽지는 않겠지만 지역의 시민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구가 그동안 우리사회의 역사적 과제를 함축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다른 지역 시민운동에도 함의를 줄 수 있는 실험일 수 있다. 물론 운동방향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 중앙중심의 거대담론이 아니라 지역에서부터 출발하는 의제로부터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민운동의 방향적 전환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강금수·김보영·이소영·이원준 외. 2019. 알면 힘이되는 좋은 조례. 대구참여연대 좋은정책네트워크

김동은. 2021. 대구지역 공공의료 현황, 진단 그리고 대안. 대구지역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과 공공의료원의 역할 토론회. 이재정, 박주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 동구 갑·을 지역위원회.

대구참여연대. 2021. 20대 대통령 선거, 대구참여연대의 ‘대구 변화 3대비젼, 14개 의제, 42개 정책과제’. 대구참여연대

대구참여연대. 2020. [성명] 감염병 전문병원 역할 겸하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 필요. 6월 22일.

이원재·황세원·서재교·김보영·김민진. 2021. 초전환 시대 대구경북 사회정책 재설계: ‘돌봄도시’로의 전환 전략 제안. 대구경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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