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1-11-01   3276

[논평] 양치기 소년이 된 검찰, 누가 믿을 것인가

 

‘표적판결’ 비난 아닌, 검찰수사 잘못 없었는지 반성부터 해야

무소불위 검찰권한 바로잡는 계기 삼아야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어제(31일)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한 전 총리에 대한 뇌물사건 1심 무죄선고 하루 전에 검찰이 공식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서울시장 선거와 1심선고를 앞두고 무리하게 수사를 개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야당 서울시장 유력후보였던 한 전 총리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가 모두 나서 민감한 시기에 사건을 수사하고, 결국 뇌물죄에 이어 정치자금법위반에 대해서까지 1심법원의 무죄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 검찰이 ‘검은 것을 검다’고 해도 사람들이 이를 믿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수사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오히려 “법원이 표적판결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이를 듣는 국민들 입장에선 오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와 기소에 문제가 없었는지 먼저 반성해야 한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우선 척결해야 할 ‘내부의 적’은 바로 자신들의 독선과 오만이 아닌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우진)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결국 9억원의 자금이 조성된 부분과 관련된 증거일 뿐, 이와 같이 조성된 자금이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는지 여부를 증명하는 물증이 아니”라고 보고, “결국 피고인이 한만호로부터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수수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직접증거는 한만호의 진술뿐”이라고 보았다.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검찰진술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자료와 맞지 않거나 합리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존재하며, 진술을 전면적으로 번복하기도 하여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한 전 대표의 검찰진술이 “추가기소를 피하고 회사를 되찾겠다는 개인적인 이해관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다.
 

 

이는 검찰이 주장한 공소사실의 요지인 “3차례에 걸쳐 한명숙 전 총리의 자택과 집 앞에서 9억원을 직접 전달하였다”고 하는 공소사실이 모두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판결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재판부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폄하했다. 그러나 판결 내용을 보면, 재판부는 “공판기일에서 검찰조서와 다른 진술을 하였다고 곧 그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다만 증인인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기존 진술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반대신문에 의한 탄핵을 거침으로써 진술내용의 모순이나 불합리가 드러나 비로소 진정한 증거가치를 가질 수 있는데,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신빙성 판단에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돈을 줬다는 사람이 있어서 기소를 했는데, 이 사람이 진술을 번복했으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먼저 그 진술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판단했어야 한다. 윤 차장은 판결 이후 “뇌물수사에서 진술 말고 증거가 무엇이냐”고 했는데, 그 중요한 진술증거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소홀히 한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한만호는 구속이 되어 통영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지난해 한 전 총리의 다른 사건 판결 직전 갑자기 통영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되었다. 이후 70회 이상의 출정조사를 받았으며, 그 가운데 ”밤 11시가 넘어 구치소에 들어간 날이 10일이나 되고, 이중 상당 일수는 진술조서 작성 등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어떠한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검사는 위와 같은 70여회의 반복 조사과정에서 계속적으로 외부와의 접촉 여부, 한만호의 심경변화 상태 등을 점검하였고, 공소제기 이후에는 집중적으로 종전진술 내용을 반복 연습시켜서 법정에서의 증언에 대비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또한 검찰은 자백을 하지 않는 한 전 대표를 이 사건 제보자인 남모씨와 면담을 하도록 하고 남씨는 “수사에 협조하면 가석방 등의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한만호를 회유하기까지 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한만호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 자신의 사업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이는 한씨의 검찰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결국 이 사건은 불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정해진 결론에 맞춰 수사와 기소를 진행해온 검찰의 무리수가 불러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년 3개월여간 20여 차례에 이르는 공판을 거쳐 나온 1심 선고이다. 검찰은 높아지고 있는 무죄율에 대해 “사건평정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법원과의 견해차이 때문”이라며, 법원에 잘못을 돌리고 있다. 이번에도 ‘표적판결’이란 비난을 먼저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검찰수사와 기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 셈이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보이는 검찰이다. 무소불위의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을 왜 개혁해야 하는지는 이 사건을 통해서도 명백히 알 수 있다.

 

논평원문

JWe2011110100_한명숙 정치자금법위반 무죄논평.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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