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익활동가학교 28기] 천육백서른한 번째 날갯짓

안녕하세요? 청년참여연대입니다. 지난 1월 17일 수요일,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8기에서는 외부탐방을 진행했습니다. 수요집회에 참여하고 전쟁기념관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꽤 강도 높은 일정이었는데요. 눈과 비가 펑펑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과 열심히 경험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탐방 현장을 담은 후기를 준비했습니다.


천육백서른한 번째 날갯짓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8기 나그린

따뜻한 약속과 다짐으로 가득했던 수요 집회

1월 17일 눈이 많이 내린 날, 우리는 광화문 2번 출구에서 만났다. 청년공익활동가학교에 신청할 때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종일 외부 일정이라 눈 내리고 추운 날씨가 걱정됐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내게 내민 건 ‘오늘 그대를 따뜻하게 해드리리라’는 약속이었다. 그 약속이 반갑고 고맙기는 했지만, 내 저질 체력을 시험이나 하겠다는 듯이 눈은 계속 내렸다.

수요집회 장소까지 걸으면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만났다. 미디어에서 자주 보던 ‘주옥순’씨도 봤다. 그들은 수요집회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소리를 질렀고, 조롱했고, 거친 언사를 내뿜었다.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보면서 ‘그들 역시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이다. 그들 역시 신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고, 그들의 존재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존재와 행위를 구분하자.’ 이런 생각을 의도적으로 계속 떠올렸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나를 더 힘들게 해왔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오늘 그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주님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 지은 죄를 모르옵니다.”

그날 우리가 참여한 수요집회는 1631번째 집회였다. 우리는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춤추고 노래했다. 옆에 있는 우리와 눈을 맞추고 우산도 나눠 썼다. 그리고 일본 정부를 향해 소리를 모아 외쳤다. “공식 사죄! 법적 배상!”

누군가가 내게 했던 약속, ‘오늘 그대를 따뜻하게 해드리리라!’ 그 약속은 결국 지켜진 셈이다. 함께 모인 우리들 덕분에 나는 오늘 종일 따뜻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약속을 다짐했다. ‘날갯짓을 앞으로도 멈추지 않겠다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끝나지 않을 날갯짓 피켓
오늘 그대를 따뜻하게 해드리리라

‘할머니’인가? ‘활동가’인가?

사실, ‘오늘 그대를 따뜻하게 해드리리라’라는 문구가 적힌 핫 팩을 건 낸 그 누군가가 나에게 준 게 또 하나 있다. 어제 만들었다고 하는 피켓이었다. 그 피켓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할머니들에게 명예와 인권을” 예민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 피켓을 말없이 들었지만, 사실 나는 그 지점에서 고민이 있었다.

이용수 활동가가 언론의 주목을 한참 받을 때, 나는 그를 ‘할머니’로 지칭하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의 주장에 반대 측에 있는 진영 중 일부는 그의 메시지에 관한 토론 이전에 “나이가 많아서 그렇다. 뒤에 배후 조정자가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의 주체성과 그가 해왔던 인권 운동을 애써 부정하려 했다. 할머니가 아니라 인권 운동가, 활동가, 피해자로 표현하는 것이 문제의 성격을 더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게 그들의 주체성을 더 존중하는 게 아닐까? 2017년에 나온 김희경 전 차관의 저서 ‘이상한 정상가족’에서도 가족 호칭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우리가 중립적인 호칭을 놔두고 사회 일반적으로 가족적 거리를 암시하는 표현(예. 서빙 이모님, 청소 어머님 등)을 남발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덧붙이고 싶다. 내 생각이 꼭 맞다는 건 아니다. 우리들 사이에 토론이 더 필요하다.

영광과 부끄러움이 교차하는 한국 근현대사

집회가 끝나고 ‘전쟁기념관’과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을 차례로 방문했다. 사실 전쟁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우리가 오늘 전쟁기념관을 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유는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을 방문하고 나서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전쟁기념관에서 느낀 자랑스러움과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에서 느낀 슬픔, 노여움, 부끄러움이 잘 대조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신 분의 의도가 이런 거였다면, 나는 그 의도에 딱 들어맞는 학생일 것이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평화라는 단어는 책, 박물관, 관념 속에서만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기를

전쟁에서 그리고 전쟁 이후에 지워진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끼면서 평화라는 가치를 다시 떠올렸다. 평화는 공기와 같아서 일상에서는 그 소중함, 고마움,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얼마 전에 전쟁을 했고, 여전히 전쟁 위협에 있고, 다른 어디서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같은 시간’에 존재한다.

저번 주에 ‘참여연대는 왜? 전쟁 반대, 군비 축소를 이야기할까’라는 이름으로 강연한 황수영 활동가가 우리에게 명함을 나눠주신 게 생각났다. 그에게 연락해서 물어봐야겠다. ‘평화’가 책이나 박물관, 그리고 추상적인 관념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의미를 현실에서 빛나게 할 수 있을지. ‘평화’를 위해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20240117_청년공익활동가학교2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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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익활동가학교 28기 이야기 한눈에 보기👀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8기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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